“정은님이 엽기발랄이요? 전혀 그런 생각은 못해봤어요.”

“저를 아는 사람들이랑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제가 첫인상은 좀 조용하고 진지한 이미지라고 하는데 겪어 보면 아니라는 거죠. ‘엽기발랄’이라는 건 대학교 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에요. 줄여서 ‘엽발’이라고 부르곤 했어요. (웃음)”

“역시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하네요. 정은님은 어떻게 북 마스터의 길로 들어섰어요?”

“글쎄요. 자꾸 보고, 옆에 있고 그러면 정든다고 하잖아요? 제가 딱 그런 경우인 것 같아요. 음 막연히 처음엔 인터넷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마침 대학교 때는 계속 책과 관련된 일을 했었고요.”

“대학교 때 책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국립중앙도서관이랑 모 인터넷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두 가지를 다 만족하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팔고 있네요. (웃음)”

“어린이 원서를 담당하고 있잖아요. 만약 다른 분야를 고를 수 있다면 특별히 담당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웃음) 제가 지금까지 북 마스터 인터뷰를 다 읽어봤는데 아쉽게도 원서에 도전하고 싶다는 대답은 없더라고요. 전 아직까지는 원서 말고 다른 분야는 모르겠어요. 이쪽에서도 더 알고 싶고, 재미있고, 신기한 어린이 책들이 많거든요. 당분간은 한 우물만 열심히 파고 싶어요.”

“근데 다른 분야도 물론 그렇겠지만 원서라는 분야의 특성 때문에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베스트셀러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 재고가 없어서 품절 됐을 때요. 원서의 경우에는 재 입고가 될 때까지 최소 2주에서 한달 정도가 걸리거든요. 그 동안에 담당자는 아주 속이 타 들어가요. 그리고 뭐 힘든 점은 아니지만 이건 좀 푸념인데요. (웃음) 다른 분들 보면 신간 도서를 막 쌓아두고 일하시잖아요. 원서는 아직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해요. 덕분에 제 책상은 엄청 깨끗하다는 후문이…… (웃음)”

“아, 정말 생각해보니 그렇겠어요. 책 때문에 질릴 일은 없겠어요. (웃음) 원서를 담당해서 그런지 외국어를 잘 할 것 같아요.”

“이 질문 정말 많이 받아요. 근데 완벽하게 해석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 책을 1부터 10까지 다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외국어에 능통하다면 일을 좀 더 편하게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 보다는 얼마나 그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오래 담당하다 보면 실력 이상으로 뭔가 특별한 게 생기는 것 같아요.”

“명쾌한 답변이에요. 실력이상으로 뭔가 특별한 게 생긴다고 하셨는데 정은님만의 어린이 원서를 고르는 기준이나 팁이 있다면 뭔가요.”

“전 항상 엄마의 마음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요. 내 아이에게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고민되겠어요.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 어린이 원서는 트렌드가 있어요. 근데 전 많이 팔리는 책이 반드시 좋은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사이, 그 틈에 미처 빛을 보지 못한 좋은 책들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하죠. ‘이런 책도 있답니다.’라고 알려드리는 게 제 임무인 것 같아요.”

“그렇게 추천해드린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정말 기쁘겠어요.”

“그럼요. 뿌듯하죠. 아시겠지만 영어를 시작하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요. 그 만큼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많을 거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볼 원서를 선택할 때는 가급적이면 글 이 많지 않고, 놀면서 친해질 수 있는 책들이 좋아요."


"하긴 처음부터 뭔가 대단한 걸 보여주려고 했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도 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북피니언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작부터 너무 대단한 책들을 보여준 탓에 아이들이 영어에 질려버렸다는 이야기들도 있더라고요. 책 자체만으로 무언가를 얻게 하기 보다는 일단 좋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른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어른들도 처음부터 거창한 원서를 보려다가 질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웃음) 처음 시작은 야심 차게 폼 나는 원서를 펼쳐 들었다가 몇 장 읽지도 못하고 덮어버린 기억, 누구나 한 번씩은 있을 거예요. 그래서 반대로! 일단은 얇고 흥미로운 내용의 원서로 시작하라고 말씀 드릴게요. 그리고 당부하고 싶은 건 ‘이건 몇 살 때 보는 책이다’ 이런 기준은 맹신하지 마세요. 사람마다 기본적인 실력이 다르고, 성향이 다른데 무조건 어떤 기준에 맞추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물론 100%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순 없겠지만 꾸준히 일단 보세요. 처음엔 물론 책 보는 시간보다 사전 찾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지만요.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조금씩 더 보이게 될 거예요. 그럼 엄청 뿌듯하겠죠?”

“이거 수첩을 꺼내서 적어야 할 것 같은데요. 뭘 하던지 ‘꾸준히’ 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혹시 평소에도 원서만 즐겨보는 건 아니죠? 지금은 어떤 책을 읽고 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아내가 결혼했다]요. 요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반응이 뜨겁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