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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까지의 황석영 연보

1943년 12월 14일 만주 장춘에서 출생
1945년 해방과 함께 모친의 고향인 평양 외가로 나옴
1947년 월남하여 영등포에 정착
1950년 영등포국민학교에 입학했으나 6.25 전쟁 발발로 피란지를 전전함
1959년 경복고등학교 입학. 청소년 잡지 ’학원’의 학원문학상에 단편소설 <팔자령>이 당선
1960년 당시 국회의사당이던 부민관 앞과 시청 앞에서 4.19를 맞음. 함께있던 안종길군이 경찰의 총탄에
            희생됨. 그의 유고시집 <봄,밤,별>을 친구들과 함께 편집 발간
1961년 전국고교문예 현상공모에 <출옥일> 당선
1962년 봄에 경복고를 자퇴하고 가출하여 남도지방을 방랑하다 그해 10월에 돌아옴
             11월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가.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제2한강교 건설노동자와 남도로 내려감
            신탄진 연초공장 공사장에서 일용노동. 그후 청주 진주 마산 등지를 떠돌며 여러가지 일을 하다가
            칠북의 장춘사에서 입산. 동래 범어사를 거쳐 금강원에서 행자 노릇을 하다가 모친과 상봉하여 상경함
1966년 해병대에 입대하여 이듬해 청룡부대 제2진으로 베트남전 참전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이 당선. <돌아온 사람> 발표
1971년 단편 <가화>, <줄자>, 중편 <객지> 발표

전태일의 죽음, 그리고 <객지>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의류상가지대인 평화시장에서 젊은 노동자들이 피복노동자들의
작업조건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곧바로 들이닥친 시장 경비대와 경찰이 삼엄한
경비망을 펼치며 평화시장 일대를 에워싼 가운데 한 청년이 시장 입구 골목에서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화염속에 외침이 있었다. 그 청년의 이름은
전태일이었다.

황석영: <객지>가 발표된 것은 1971년이죠. 그 전해 11월에 전태일씨가 평화시장에서 분신한 데
              큰 충격을 받고 그 겨울에 시작해서 이듬해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게 되었어요.

<객지>는 바다를 제방으로 막는 간척공살장에서 날품팔이 인부들이 겪는 고통과 투쟁을 그리고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주동했던 주인공 이동혁은 좌절의 텅 빈 마음 속에서 이렇게 갈무리 한다.
"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그런데 <황석영 중단편전집>을 새롭게 간행하면서 작가는 당시 분위기상 누락할 수밖에 없었던 
분신 부분을 뒤늦게 복원하였다. 이로써 <객지>는 1970년대 사회사의 시발점이었던 전태일 사건과
쌍둥이처럼 1970년대 소설사의 출발점이자 리얼리즘의 고전으로 자리잡는다.

’간결한 서사로 생명을 불어넣는다’(르 몽드 디플로마티끄)
<객지>는 겉으로 볼 때 시간 순서에 따라 천천히, 그리고 비교적 산만한 묘사와 감정 없는 건조한
서술로 이루어진 듯 보인다. 영상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서정적 문체의 <삼포 가는 길>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그러한 인상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과 달리 작품을 읽어가면서 그리고
결말로 갈수록 다가오는 것은 산만함보다는 간결한 구조로 집중화되는 숨가쁜 운동감이다. 자잘한
디테일마저도 마지막 파업이라는 구심점을 향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는 등 개별 디테일들이 작품
전체의 구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외고나과는 다른 응집력을 만들어내는 유기적 형상화가 돋보인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둘러싼 논의에서 <객지>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함께
비교대상이 된다. 이때 평자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두 작품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라진다.

황석영 소설사의 출발점
"그동안 여러 비평가에 의해 리얼리즘 논의가 있었지만 그것을 뒷받침해줄 무게있는 작품을 찾기
어려웠던 시점에서 <객지>의 발표는 무엇보다도 커다란 뜻을 지닐 수 있었"으며 "흔히 리얼리즘을
사회현실의 객관묘사로만 알아차리고 있던 독자에게 확실히 작품 <객지>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작품양태가 어떠한 것이라는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1970년대 초반 <객지>의 문학적 파급력을 보여
주는 신동한의 진술처럼 1970년대의 대표작, 또는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첫손에 꼽히는 작품이자
소설가 황석영의 열정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창작성과가 지속적으로 밑받침됨으로써 <객지>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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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황석영 문학의 세계>(2003년,창비) 중 ’<객지>와 리얼리즘’(임규찬)의 글을 편집하여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