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특별한 상황은 미술의 특징을 남기고 변혁적인 미술가를 탄생시킨다. 미술가들이 남긴 작품을 들여다보면 당시 시대의 숨겨진 비밀들을 알게 된다. 딱딱한 세계 역사를 미술 작품으로 풀어 낸 작가의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과 미술 작품에 대한 안목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역사를 통찰할 수 있어야지만 창작할 수 있는 책이기때문이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살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술 작품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밀들을 엿볼 수 있어 흥미를 고조시킨다.

당시 교황이었던 레오10세는 교황청 재정의 부족을 채우기 위해 돈을 받고 면죄부를 발행했다. 면죄부 발행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마르틴 루터는 95개조에 걸친 반박문을 만들어 붙이게 된다.

그런데 왜 레오 10세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면죄부를 발행하게 되었을까? 라파엘로 산치오가 그린 <교황 레오 10세> (1518~1519)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피렌체의 실질적인 군주였던 메디치가는 100여년간의 전성기를 끝으로 추방 당하게 된다. 그러나 로렌초를 통해 메디치가는 화려하게 귀환하게 된다. 로렌초의 두번째 아들 조반니가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메디치 가문과 교회가 쌓아 온 오랜 인맥과 돈줄이 어우러져 만든 기괴한 작품이었다.

젊은 작가 라파엘로 산치오가 그린 레오 10세의초상화에서 교황청에 둥지를 틀고 앉아 있는 메디치 가문의 자손들을 모두 만나게 된다. 교황 레오 10세, 훗날 교홍 클레멘스 7세가 되는 추기경 줄리오 데 메디치, 모계 사촌인 추기경 루이지 데 로지가 등장한다.

 

율리우스 2세, 레오 10세, 클레멘스 7세 등 인문주의적 교황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16세기 초반 로마는 전 세계 기독교의 요지이자 가장 중요한 예술의 중심지가 된다.

특히 레오 10세는 사촌인 율리우스 추기경과 함께 피렌체에 있어서 메디치가의 영광을 부활시키고자 혼신을 다했다. 레오 10세는 자기 조카를 우르비노 공작 자리에 앉히기 위해서 치른 엄청난 전쟁 비용을 교황청이 감당하게 했다. 교황청 재정은 심각하게 악화되어 갔다. 사제직 매매가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결정적인 패착은 면죄부 남발이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립 자금 조성을 위한 면죄부 판매는 1517년 시작되었다. (98)

 

결국, 종교개혁은 인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교황들의 자신들의 가문인 메디치가를 부활시키기 위한 재정낭비로 시작된 셈이다.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성경에도 없는 이야기를 꾸며 사람들을 속였으니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