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나 빼고 모두 비린내를 싫어한다. 반면 나는 비린내를 맡으면 입 안에 군침이 돈다. 가족과 함께 전통시장에 갈 때면 수산코너를 아쉬운 마음으로 가지고 지나간다. 비린내를 풍기며 나 혼자만이라도 맛있게 먹을까하고 생각하며. 비닌내를 좋아하는 습성은 아마 어렸을 적 식습관 때문인가 보다. 삼척과 묵호 등지에서 자란 생활 환경도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책 제목이 나의 고백인 것 같아 신기한 마음으로 책을 살펴보았다. 해양수산 관련 전문 서적이기도 한 책인데 나에게는 왠지 '맛 기행' 책처럼 여겨진다.  입 안에 군침을 흘리면서 읽어보았다.

 

12월~2월, 지금이 제철이다. 해산물을 먹기에.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우는 해삼, 바다의 우유 굴, 멍게와 개불. 횟집에 가면 일명 '스키다시'로 나오는 3종 세트. 그러나 영양에서 만큼은 횟감보다 훨씬 사람에게 유익하다. 가격에 부담이 있어 자주 대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먹고 싶은 것이 이들이라.

 

석유회사 쉘의 심벌을 길 가다가 많이들 보았을 것이다. 노란색 가리비 조개껍질. 이 회사의 상징이 조개껍데기인 사연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흥미거리로 소개한다. 수산물과 관련된 인문 상식들을 책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 쉘석유는 본래 조개를 취급하는 회사였다. 각종 토산물과 단추의 원료로 사용된 조개껍데기를 아시아에서 수입해 팔았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조개를 배에 싣고 올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조개를 가지러 아시아로 갈 때 빈 배로 가는 것이 큰 손해처럼 여겨졌다.그래서 비어 있는 화물선에 석유를 싣고 운반하기 시작했는데, 석유가 조개껍데기보다 더 큰 돈벌이가 되자 아예 석유 수송업으로 전업했다. 그러나 원래의 조개 심벌만은 바꾸지 않았다."(120)

 

삼치의 특성이 유별나다.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횟감으로 먹기가 힘든 수산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등어보다 세 배나 맛있어서 이름에 '삼'자가 붙었다고 한다. 옛 속담에 '삼치 한 배만 건지면 평안 감사도 조카 같다'라는 말처럼 높은 가격에 팔리는 놈이다.

 

방어는 다른 어종과 달리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하니 방어회 드시러 갈 때에는 큰 놈으로 회 쳐 달라고 주문 할 것. 단, 겨울이 지나는 3월부터는 몸에 기생충이 생긴다고 한다. 난대성 어류라서. 이 겨울 다기 전에 붉으스름한 방어회를 드셔보기를.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쿠바, 그리고 5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큰 물고기 '대서양녹새치'.

저자는 독자들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를 이렇게 공략하고 있다. 대서양녹새치는 대형어로 다랑어와 함께 위턱과 아래턱이 뾰족하며 장검처럼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다랑어는 쉬지 않고 헤엄치기로 유명하단다. 잠을 잘 때도 뇌 기능만 수면 상태지 10여 년이란 일생에 걸쳐 단 1초도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양식하기도 쉽지 않다고 함. 유영 속도는 평균 60킬로미터, 순간 최대 시속 160킬로미터. 왠 만한 자동차 속도다.

 

참고로 수산물은 노인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영양 만점 음식이라는 사실. 단, 비린내를 견뎌내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점. 우리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해산물을 멋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특이한 제목만큼 머릿 속에 속속 들어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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