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를 읽고 러시아 혁명에 대해 알고 싶었다. 톨스토이, 솔제니친, 도스토예프스키 등 러시아의 대문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러시아 혁명'의 이해는 필수다. <레 미제라블>을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 혁명'을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한국 역사도 아닌 러시아 역사를 꼭 알아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래는 과거 역사의 씨앗으로 생긴 결과'라고.

 

<수용소군도>라는 작품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던 한인들이 중앙 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이유가 스탈린의 정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듯이 <러시아혁명사강의>에서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러시아 혁명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저자 박노자는 제정 러시아시대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러시아 혁명가를 중심으로 오늘날 대한민국 현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 참고로 저자 박노자 교수는 러시아 태생으로 한국으로 귀화한 교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으로 국가 주도의 대안적 산업 사회가 거론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음 세대들이 평생 대물림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게 될 전망이 크다. 자본이 국가를 기업처럼 움직여 가는 시대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러시아 혁명 후 러시아는 적색 개발주의를 지향했다. 국가가 주도하여 이윤과 자원을 배분하는 정책이다. 일자리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없고 국가가 적재적소에 노동자를 배치하는 중앙집권력 인력 시스템이다. 평생 직장이 보장되었지만 소비재만큼은 부족하여 배급소에서 줄을 지어 배급받아야 했다.

 

"사적 소비는 억제되었지만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러시아는 책 외에는 소비할 수 있게 없어서였는지 독서광들이 아주 많다. 도서관이나 체육관, 문화궁전이 번성했다. 대문호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혁명 주도세력도 시간이 흐르면서 관료적이 되고 자본을 추구하게 되면서 혁명 정신은 변질되고 만다.

 

혁명 1세대인 레닌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을 때 이 사실을 일기에 기록하는 등 조선 민족의 일제에 대한 투쟁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10월 혁명 이후에는 이동휘와 박진순, 김아파나시 등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54)

 

레닌의 혁명 정신은 무산계급이 만들어가는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였다. 레닌과 손발을 맞춰 정책을 이끈 사람은 트로츠키였다.

 

"초기에 그는(트로츠키) 병사들이 투표를 통해 장교를 뽑는 식의 민주적인 군대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표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몽상에 가까웠어요. 병사들은 자신과 같은 병사를 장교로 뽑았고, 그렇게 뽑힌 장교는 군사 지식이 모자란 데다가 다른 병사들을 다루질 못했습니다. 그러자 트로츠키는 구 제정러시아의 장교들을 다시 군대로 불러들여 새로운 군대의 기간병으로 삼습니다."(66)

 

현재 교육부에서 시행령을 발표한 15년 경력의 교사가 바로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들으면서 러시아 혁명 초기의 정책이 떠오른다.  현 시행령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방향이 다르겠지만 의사나 대학교수가 병원장이나 총장이 되는 것처럼 교사도 교장이 되는 경로를 다양화시켜야 된다는 의견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의사가 병원장으로 거론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의 또는 여러 직책(보직)을 수행한 경험과 실력을 검증 받아야 하듯이. 교수가 총장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입학처장 등학내 여러 보직을 거친 뒤라야 가능하다는 사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레닌이 창설한(1917.12.30) 비밀경찰 조직 '체카'는 초강력 조직으로 부상한다. 향후 KGB로 개칭된다. 이들은 관료직을 선점하면서 페레스트로이카를 거쳐 재벌로 변신한다. (현재 러시아 푸틴 대통령처럼)

 

러시아어로 소비에트란 노동자들이 모여 의논하는 평의회라는 뜻이다.(85) 직접 민주주의 체제로 시작하나 스탈린 같은 경우 자기 사람들을 자리에 앉히는 변칙으로 운영된다. 트로츠키를 제거한 스탈린의 권력 독재는 가속화 되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수용소 군도>에서 기록해 놓았듯이 스탈린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총살한다.

 

"한번 총칼을 쥔 사람은 총칼의 논리에 구속당한다"(118)

 

총칼을 쥔 스탈린은 러시아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되는 민족에 대해서는 강제 이주를 감행한다.  1940년대 수용소와 감옥에 185만 258명이 갇혀 있었으며 이중 68만 1692명이 총살되었다고 한다.(162) 총살 후 공백이 되어버린 자리에는 개인 출세를 바라던 이들도 자리를 채우게 되었으며 이것은 스탈린의 폭력을 합리화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성장이란 폭력의 다른 이름이다"

 

박노자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 시기에 또 다른 혁명이 사회를 뒤흔들 수 있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촛불혁명'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민간인에 불과한 '최순실'이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권이 관료화가 된다면, 권력을 맛을 보면서 혁명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또 다시 자본에 종속될 수 있음을 예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