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정책을 종식시키고 화해와 용서로 국가를 재건한 위대한 지도자 넬슨 만델라를 집중 조명한 책이다. 옛 과거에는 권위주의적인 지도자가 영향을 발휘하여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떨쳤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이 시대에는 소통과 화합, 섬기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이다. 살아서도 존경받고 죽어서도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국가의 자랑이자 힘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위대한 지도자가 있는가? 반문해 본다.

 

만델라는 자신의 89세 생일인 2007년 7월 18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 등을 회원으로 하는 '디엘더스'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구촌 분쟁을 종식시키려는 활동에 나섰다. 만델라는 이들과 함께 가난과 전쟁 등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고 평화를 증진하면서 차세대 지도자를 지원하는 역활을 지속해 나갔다.(109)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3개의 집단으로 구분되어 살아왔다.

첫 번째는 영국과 네덜란드계인 보어인 조상을 가진 백인 집단이다. 이들은 정치적 지배권을 얻기 위해 몇 세대에 걸쳐 싸웠고, 그 투쟁의 폭력적 정점이 보어 전쟁이다.

두 번째는 흑인집단이다. 삶의 매 순간 차별받는 열등한 인종으로 취급받았다.

세 번째로 유색인종 집단이다. (118~119)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점점 더 극에 달해 1990년까지 1,700개가 넘는 차별격리법안이 시행됐다. 인구의 10%가 채 안 되는 백인들이 남아공을 좌지우지했고, 흑인들은 노예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125)

 

실제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된 것은 1652년 네덜란드의 탐험가들이 케이프타운에 정착해 남아공을 개척하기 시작한 16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곳에는 온화한 성격의 소사, 느데벨레, 소토, 츠와나, 줄루 등 과 같은 토착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이주민들과 처음 만났을 때 매우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주민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주민들은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리고, 그들의 것을 훔치고 빼앗기 시작했다. (122)

 

인종차별을 넘어서 : 반아파르트헤이트 철학

민주주의 개념은 첫째, 정치적 의사결정권이 다수지배의 원칙에 따라 전체 시민에 의하여 행사되는 통치형태인 '직접 민주주의', 둘째, 정치적 의사 결정권이 일반 시민들이 선출하고 일반 시민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대표자들에 의해서 행사되는 '대의제 민주주의', 셋째, 대의제 민주주의 제반 요소와더불어 시민들이 언론 출판 종교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헌법상의 제한이 마련되고 있는 '지유주의적 입헌주의적 민주주의', 넷째, 사유재산의 불공정한 분배에서 파생하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정치적 사회적 체제로서의 민주주의' 등 여러가지 형태로 변모돼 현대 인간의 생활을 규정하고 있다.(141)

 

마키아벨리가 가장 중시하는 지도자의 덕목은 탁월한 통찰력이다. 시대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내고 국가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능력은 지도자의 필수조건이다. (147)

 

한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초기 독립운동에 나섰지만, 철저한 반미 반공산주의로 공산주의를 분쇄하는 데 앞장선 극단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기초를 다졌지만, 한국 전쟁 중인 1952년 부산의 국회에서 재선이 어렵게 되자 헌법을 대통령 직선제로 개정하는 이른바 '발췌 개헌'으로 제2대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1954년에는 초대 대통령에 대한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사오입 개헌'을 강행했고, 1956년 대통령선거에서 제3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1958년 자신을 반대하는 사회정치적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국가 보안법 등의 관계 법령을 개정해 야당과 첨예한 정치적 대립을 겪기도 했다. 1960년 3월 15일,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려는 대대적인 부정선거로 4.19혁명이 일어나자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하와이로 쫓겨 가 생을 마쳐야 했다.(148)

 

지도자의 도덕성과 솔선수범 역시 주요 조건이다. 지도자는 일반 국민의 존경을 받을만한 뛰어난 도덕성과 생활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놓고 부국강병을 외치더라도 부도덕하거나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의 지도자라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부정부패 척결과 도덕성을 외치던 정치지도자들이 뇌물을 수뢰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먕을 위해 사적 용도로 이를 사용하는 사례에서 보듯 도덕성은 정치 지도자의 필수적인 자질이다.(149)

 

신뢰와 소통 또한 정치 지도자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통찰력이나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정책을 전혀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150)

 

그만 두는 것도 리더십의 일환이다. 자리에서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은 지도자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종류의 결정이 되기 쉽다. 만델라가 남아공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임기를 마치자마자 자발적으로 대통력직에서 내려오는 훌륭한 선례를 남겼다는 것일 것이다. 1994년 집권에 성공했을 당시 남아공 국민의 상당수는 만델라가 감옥에서 보낸 27년간의 세월을 감안할 때 종신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이 최소한의 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측근들도 "그간의 희생을 보상받아야 한다"며 종신 대통령직을 제안했지만, 만델라는 과감하게 이를 거절하며 자신의 원칙을 지켰다.(155)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양극화와 계층간 갈등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거주 외국인이 16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바뀌고 있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동남아와 아프리카 출신의 외국에 대한 차별 양상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외국에 대한 폭행이나 성폭행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국가와 공공기관이 전혀 따라가지 못해 시민의식 역시 미비한 상황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이들을 비하하거나 착취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이런데도 인종차별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현실은 무서울 정도다.(222)

 

 

외교 관계에서는 전쟁이나 상호대결보다는 협상을 통한 협력관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전쟁까지 치른 뒤 결국 수교한 중국과 베트남, 대량살상무기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수교에 이른 리비아 등과 벌인 협상이 대표적이다. 끈질긴 설득과 대화, 상대가 납득할만한 카드를 제시함으로서 상황을 반전시키는 협상력이 성과를 만들어냈던 역사적 사례를 통해 협상력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