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은 여러 개의 호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다산 외에도 '사암'이라는 호를 사용했는데 그 뜻은 백세 뒤의 성인을 기다려 물어보더라도 의혹이 없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즉 500여권에 달하는 자신의 저술은 백세 뒤의 성인이 보더라도 한점 의혹이 없을 만큼 당당하다는 자부심을 나타낸 호이다.(4)

 

사암 정약용의 삶은 정조대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초계문신으로 공직에 입문한 정약용은 정조의 눈에 띄게 되어 다방면에 걸쳐 활약을 펼치게 된다. 그의 승승장구에 많은 이들이 시기하고 질투하며 모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의 신임은 변치 않는다. 그의 나이 40세, 정조는 승하하고 만다. 그의 뒤를 든든히 받쳐 주었던 스승이자 임금이었던 정조의 승하 후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장기를 거쳐 강경 등 유배지에서 저술활동으로 나머지 삶을 정리해 간다. 

 

위 책은 정약용의 일대기를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 특징이며 그의 현손이 직접 정리했다고 한다. 

 

1783년(정조7) 22세

여름 4월에 성균관에 들어갔다. 

2월에 세자 책봉을 경축하기 위한 증광감시에서 경의 초시에 합격하고 4월에 회시에서 생원으로 합격하였는데, 3등으로 일곱번째 였다. 선정전에 들어가 임금의 은혜에 감사를 드릴 적에 임금이 특별히 얼굴을 들라 하시고, 나이가 몇이냐고 물었다. 이것이 공에게 있어서 최초의 성군과 현신의 만남이었다. (17)

 

1795년(정조19) 34세

우리 임금께서는 평소에 뜻이 공손하고 검소하시어 말을 치달리며 사냥하기를 좋아하지 않으시고, 음악이나 여색이나 진기한 물건을 가까이 하지도 않으시며, 환관과 궁첩이라고 하여 사사로운 정을 주지 아니하신다. 다만 진신대부들 중에 문학과 경술이 있는 사람만을 좋아하여 그들과 함께 잔치를 베풀어 즐기신다. (75)

 

1796년(정조20) 35세

임금이 검서관 유득공을 보내 규운옥편의 범례에 관해서 정헌 및 공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이때에 이르러 이만수 이재학 이익진 박제가 등을 불러들여 사기영선을 교정할 때, 임금이 자주 자리를 함께하고 책이름을 의논하여 결정하였으며,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려주어 그들을 우대하였다.(92)

 

1797년(정조 21) 36세

윤 6월 초2일, 곡산부사에 제수되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구설 때문에 두려우니 물러가서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마침 곡산에 빈자리가 있어어필로 첨서낙점하였다. 사폐 하는 날 임금이 친히 유시하기를 지난번 상소문은 문사를 잘 구사했을 뿐만 아니라 심사도 빛나고 밝으나 참으로 우연한 일이 아니다. 바로 한번 승진시켜 쓰려고 하였는데 의론이 들끓으니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한두해쯤 늦어진 다고 해서 해로울 것은 없으니, 떠나거라. 장차 부르리니,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106)

 

1798년(정조22) 37세

지금 경은 반드시 크게 풍년이 든 지역에 나가더라도 제대로 행하기 어려운 일을 시키면서 도리어 수령을 논죄하려고 하니,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123)

 

1799년(정조23) 38세

다만 신이 남몰래 고통스러워하며 마음 속으로 가책을 느끼는 것은, 신과 같이 더러운 존재를 전하께서 비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며 신과 같이 곤궁한 자를 전하께서 버리지 아니하시고, 사랑해 주시고 감싸주시며 혹시라도 갈고닦아 훌륭한 인재로 양성되기를 바라셨으니, 어찌 신의 운명이 기구하고 박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