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주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형식적인 예배만 드리고 나머지 시간은 늘 해오던 대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주신 선물인 안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안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가 아니라 안식의 진정한 의미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임을 깨닫고 이웃들과 함께 쉼을 갖는 것이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않고 온전히 쉼을 주변의 이웃들과 누리는 것이다. 안식 행위는 곧 절대자 하나님이 우리의 필요한 것을 채워주신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불안이 야기하는 무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대의 정황에서는,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저항이요 대안인 행위이다. 안식일이 저항인 이유는, 이 안식일이 상품 생산과 소비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항 행위에는, 만족을 모르는 시장의 끝없는 강요가 가정부터 국가예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와 교묘하게 온갖 압력을 가할지라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각오와 공동체의 격려가 필요하다. (16)

 

하나님은 자기 자신을 자비롭고, 변치 않는 사랑을 베풀며, 신실한 하나님으로서 성실을 다해 언약 관계에 헌신하는 분으로 나타내신다. 이처럼 하나님이 생산품이 아니라 관계(언약)에 헌신하시는 근본 요인은, 이 하나님이 쉼을 주실 수 있는 능력과 쉼을 주시려는 의지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베푸시는 안식일의 쉼은 하나님과 이 세상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 끝없는 생산에 종사하라고 보냄을 받은 일용품이 아니요, 우리가 습관처럼 말하듯이 중앙통제 경제에 복종하는 하수인으로 보냄을 받은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31)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는 안식일이 자유를 안겨 주려는 본래 의도에 어긋나는 율법주의와 도덕주의, 청교도 법과 삶의 현실을 부인하는 관습이라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는데, 이는 주로 청교도 전토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55)

 

모세는 시내산에서 이렇게 말한다. " 생산과 소비에만 몰두하는 너희가 바로 불안만을 야기하는 파라오의 판박이가 아닌지 상상해 보라.너희는 성공하기 위해 일할 필요가 없었던 창조주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이들이다. 그러니 너희도 성공하려고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 하나님은 시내산에 있는 이들을, 이웃이 함께 어울려 모두 자유를 누리는 새 삶으로 초대하신다. 이 삶에서는 안식일이 신실한 자유의 모퉁잇돌이다. 일을 그치고 쉬는 이런 신실한 행위는 일종의 저항 행위다. 이 행위는 우리가 우리 사회 환경에 널리 퍼져 있는, 불안의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몸과 단련된 방법들을 사용하여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 영역이나 우리의 인간관계나 우리 삶의 어떤 영역에서나 바쁨과 탐욕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함이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 삶의 본질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73)

 

땅이 소유라면, 더 많이 얻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다. 땅이 유업이라면, 이웃을 늘리고 가족을 넓혀 모든 구상원들이  땅의 좋은 소식을 누리게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다. (85)

 

이스라엘이 거행하는 제의 행위는 이웃을 잘살게 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 곧 언약이 요구하는 현실의 모습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이는 이스라엘 예배자들이 안식을 지키면서도 상품을 획득하려는 탐욕을 버리지 않았음을 뜻한다.(126)

 

안식일은 불안 전문이 되어 버린 사회의 구체적 관행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하거나, 그만두거나, 벗어버리는 것이다. 안식일은 우리의 갈망에서 나와 다시 그 갈망을 더 키워 주는 불안을 물리치는 해독제다. 안식일은 우리가 소유가 아니라 선물로 산다는 것을 인정하는 마당이요, 우리가 상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신실한 관계에서 만족을 얻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마당이다. (165)

 

안식일이 없는 실존은 우리 뜻대로 살아 나갈 궁리를 한다. 우리 주위에는 상품이 쌓여 있고, 우리는 그 상품들을 앞에 엎드려 절한다. 그러나 상품은 우리 손을 잡아 주지 못한다. 안식일 없으면, 하나님 자신이 쉬신 것에 뿌리를 두고 우리와 함께 쉬어야 할 우리 이웃에게까지 확장된 쉼을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쉼을 알 때까지, 우리의 상처와 두려움과 탈진 상태를 붙들고 쉼이 없는 채로 버려진 자들이 될 것이다.(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