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예전부터 내가 독서광(狂)이라고 생각 해 본 적은 없지만,
내 나이 보다 오래 된 책들을 그 책만큼 달력으로 감싸 보관하고 있는
어머니의 영향때문에 유년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그 덕분에 산문이고 운문이고 할 것 없이 책 자체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그런 나에게도 유난히 받아들이기 힘든 서적들이 있다.
바로 "실용서" 카테고리에 속하는 책들이 그러하다.
어차피 요리는 레시피의 문제가 아니라 손맛이고,
자기계발은 그저 열심히 살면 되는거고,
여행은 지도 한장만 있으면 된다고 믿는 나에게 실용서란
참 무의미한 존재이다.
그래서 일 년 내내 실용서라곤 한 권정도 읽을까 말까 하는 나이지만,
이 책은 어째서인지 심플한 제목이 무척이나 마음에 와닿았다.
게다가 제목 그대로 카페, 즉 커피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인지
평소에 읽지 않는 실용서 범위에 속하는 책인데도 부쩍 관심이 갔다.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곧 삶이고, 일상이다.
"시간 날때, 언제 한 번 커피라도 한 잔 해요." 하는 말은
때론  인사치레가 되기도 하고,
때론 상대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출근길에 핸드백을 내려 놓으면서 꺼내는 첫 마디 역시
"커피나 한잔 하고 일합시다."이다.
나 역시도, 인도 유학시절 5루피짜리 짜이를 마시고,
10루피 짜리 탈리를 먹고, 릭샤 요금이 Pachees (पच्चीस 25)루피니
Pachaas(पचास 50)루피니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매일같이 100루피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건, 문화를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라는 저자의 말 처럼 (여는 글 중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
캔틴(캠퍼스 내의 식당)에서는 10루피짜리 네스까페를 마시며
그들의 문화를 배웠고, 바리스타(Barista Lavazza)나
까페 커피 데이(Café Coffee Day)에서
100루피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들의 역사를 공부했다.
까페에 얽힌 추억이 어디 인도에 살때 뿐만이랴,
학부생 시절에는 빈 속에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들이부으며 밀린 레포트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고,
도쿄 한 복판에서 길을 잃었을때도 지도
한장 들고 제일 먼저 찾아 간 곳은 까페였다.
지금도 출근 후에는 업무보다 커피 한잔이 먼저이며,
산책길에 홀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커피로 꽉꽉 채워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제 아무리 커피를 좋아한다고 해도 T.P.O에 꼭 맞는
까페를 고르는 일은 쉽지가 않다.
거래처와 미팅 후 가볍게 커피라도 한잔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면?
오랫동안 짝사랑 해 온 그녀에게 기필코
오늘은 마음을 고백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면?
홀로 독서를 하며 고즈넉하게 시간을 보낼만한
조용한 장소를 찾고 있다면?
프렌차이저 커피 전문점에서 매일 테이크 아웃으로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 이동 중 마시는 것이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런 상황이 왔을때 의외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런 책이 때론 필요하다.

이 책은 실용서의 기본에 충실하다.
까페의 위치와 전화번호 영업시간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와
추천 메뉴등을 담고 있다. 때론 까페가 걸어 온 길이나
열게 된 이유와 같은 사연들도 담고 있기에 흡사 저자의 취재 일기 같은
느낌도 든다.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낸 좋은 까페들을 소개 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통해서는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쏟아 부었을
그 정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에게 미안한 말을 한마디 해야만 할것 같다.
이 책을 준비하게 된 저자의 취지는 분명 좋지만,
나처럼 지방에서 거주하고, 지방에서 사회 생활을 하며
생활권의 범위가 지방을 벗어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 책이 전혀 실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혹자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마시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말할테지만, 사람들이 실용서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직접 경험해 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점이 못 내 아쉬웠다.
(저자가 전국에 있는 모든 까페에 대해
이야기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
아쉽지만, 그저 저자의 책에 실린 사진들을 통해
그 맛과 향과 분위기를 가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단순히 상업적인 까페만 다룬 것이 아니라
사직동 그 가게 처럼 사회적으로 공헌하고 있는
까페나 일반 까페의 형태가 아닌 커피포차,선자 살롱,
지대방등을 다룬 것은 참신했다고 생각한다.
저자 덕분에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몰랐던
사회적인 까페들을 알게 되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