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라는 책의 제목에 손길이 간다. 다산 정양용 선생님은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석학이면서 양심적인 관리로 손꼽을 수 있고 방대한 저술에 놀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몇권 다산에 관한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욱 다산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간다.

그러나 책을 읽는 순간 정신이 혼란스럽다. 책의 편제순서가 완전히 뒤죽박죽이다. 소설은 보통 끝장면을 보여주고 옛일을 회상하면서 전개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어느 정도 시대를 안배하면서 전개해 나가지만 이 책에서는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마음이 혼란스럽다. 어쩌다 몇군데 회상의 형식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예 시대배열이 잘못되어 있다. 그렇다고 주제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다행히 정약용 선생님에 관한 책을 몇권 읽어서 내용이 모두 아는 것이라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정약용 선생님의 삶을 모르는 사람은 많이 헥갈려 할 것 같다.

처음에 꿈의 내용을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전개 내용을 예측할 수 있게 한 점은 좋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의 내용이 죽기 직전에 자식들을 데리고 자신이 묻힐 장소를 알려주는 내용이 나오고, 이어 회혼례를 준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갑자기 정조대왕의 붕어편이 나온다. 다음은 정약용이 암행어사 활동장면, 그 다음은 정약종의 묘지명을 짓는 장면이 나오고 다시 순조임금이 즉위한 후의 일이 나오고 다시 거슬러 올라가 천주학을 처음 접하는 내용 등 시대와 상관없이 전개해 나가 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내용중에 정약용 선생님이 정조대왕의 배려로 좌천되어 금정찰방으로 부임해 가면서 미리 말에 관한 책을 읽어 많은 지식을 쌓고 간다. 현지에 부임해서는 누구보다도 말에 대한 식견이 높았다. 이렇게 사전에 준비하고 부임하는 정신은 본받아야 한다.

정약용 선생님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금정역에 속해 있는 홍주 지방에서 천주학의 우두머리인 이존창을 체포하는데 정조대왕은 이를 계기로 정약용을 다시 불러 중용하려고 이존창에게 정약용의 계책으로 채포한 것이니 보고서를 정약용과 함께 상의하여 작성해 올리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약용은 아무리 어명이라 할지라도 사실이 아닌 것을 거짓으로 작성할 수 없다며 끝끝내 응하지 않았다. 임금님께서 잘 봐주시려 하는 마음에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해 하였지만 옳지 않은 일에 대하여는 끝까지 응하지 아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