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님께서 천주교를 마음속에 두고 있음을 여러군데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약용의 저서에서 천주교의 사상이 일부 들어가 있다고 해서 천주교를 믿었다고 얘하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다. 사상적으로 천주교의 내용을 익히고 받아들이는 것하고, 믿는다는 것은 완전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약용 선생님께서 조상의 제사를 폐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천주교를 멀리하여왔고, 정조대왕에게 글을 올려 한 때 천주교 책을 읽고 마음에 둔 적은 있으나 제사금지를 알고부터는 천주교를 떠났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글 속에 일부 천주교의 교리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고 하여 믿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느 날 정약용 선생님이 황상에게 시문 짓는 법과 역사를 공부해보라고 하자 황상이 “저는 너무 머리가 안돌아가고, 앞뒤가 꽉 막혀있고, 분별력이 모자랍니다.”라고 하자 정약용 선생님께서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크 병통이 세 개가 있다. 첫째, 외우는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하기 마련이고, 둘째 글짓는 것이 날랜 사람은 글이 들떠 가볍게 들날리고,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정밀하지 않고 찬찬하지 않고 막되고 덧거친 것이 폐단이다.”라고 하며 황상은 이런 병통이 없으니 더욱 잘할 것이라고 하였다.

내가 귀감으로 삼을 생활의 자세에 관한 글이 있다. 강진으로 귀양가서 동문밖에 밥을 파는 노파의 집에 방을 빌려 살면서, 거처하는 방의 이름을 사의재(四宜齋)라 하였는데, 이 사의재의 뜻을 보면 행동거지도 얼마나 진중하게 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四宜는 ‘네가지 마땅함’인데 “①생각은 마땅히 담박해야 한다. 담박하지 않은 점이 있으면 어서 맑게 한다. ②외모는 마땅히 엄정해야 한다. 엄정하지 않은 점이 있으면 어서 가다듬는다. ③말은 마땅히 과묵해야 한다. 과묵하지 않은 점이 있으면 어서 말을 그친다. ④행동은 마땅히 중후해야 한다. 중후하지 않은 점이 있으면 어서 느긋하게 한다.”라는 네가지 행동원칙을 세워놓고 이에 따라 행동했다. 나는 여기에 “①배움은 마땅히 죽는 날까지 이어져야야 한다. ②배운 바를 마땅히 실천하고 공유하여야 한다. ③나의 힘은 마땅히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어야 한다.”라는 세 가지를 더해 나의 생활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비록 나는 정약용 선생님과 같이 100% 실천을 못한다 할지라도 이 일곱 가지를 생활모토로 하여 조금이라도 실천하고자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