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이 세 글자를 보거나 들으면 나의 가슴은 마구 뛴다. 광대한 대륙을 말달리며 호령하던 우리의 조상! 홍산문명이라하여 황하문명보다 1,500여년이나 앞선 문명을 이루한 우리 선조의 후예 고구려. 고구려를 이은 우리. 그러나 우리는고구려의 역사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잃어버렸다. 아니 스스로 잊어버리고 말았다.학교에서는 국사시간을 축소시켜버리고 시험과목에서도 국사를 배제시켜 버린 적도 있어있다. 그러니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누가 인정해주겠는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듯이, 우리가 우리의 나라를 사랑하지 않으면 세계 어느 나라가 우리 나라를 인정해 주겠는가.

지금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조선과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다. 거기에는 중국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만리장성 동쪽지역에서 발견된 홍산문명은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인 황하문명보다 훨씬 더 앞선 것으로 밝혀지면서 발굴을 하다가 그냥 다시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고구려 때에는 지금 중국의 수도인 북경까지 고구려의 영토였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유주자사가 고구려 태왕에게 백잔의 상인들을 활용하여 중국인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황금배첩이 발견된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사실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황금배첩을 빼앗아 없애버려는지 그 이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경까지 고구려 영토였다면 중국의 자존심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이므로 중국에서는 황금배첩과 홍산문명을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역사적 사실도 없애며 자존심을 잡아보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는데 지금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저자의 넉두리가 가슴을 울린다.

저자는 말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그 숱한 장수들의 이름은 줄줄 외우면서 정작 우리의 광대한 영토를 마련했던 미천왕, 소수림왕 등의 이름을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작금의 우리의 현실이다.

고구려 1권의 배경은 을불(미천태왕)이 어려서부터 성장하는 시기로 중국 역사상 최초로 통일국가를 이룩한 진나라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대적 설명을 얘기하면서도 저자의 말이 다시 생각이 난다. 우리의 미천왕 때라고 하면 언제인지 감이 잘 안오는데, 진나라 때라고 하면 대충 감이 오니 우리의 역사를 너무 소홀히 취급했다는 것을 새삼 스스로가 실감한다.

1권에서는 고구려, 진나라의 낙양, 모용선비의 상황을 잘 그리고 있다. 낙랑은 진나라에 속하기는 해도 멀리 떨어진 변방이라 거의 독립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모용선비족도 점차 하나로 통일되어가면서 힘이 커지고, 고구려는 봉상왕시대(292년~300년)로 왕의 폭정에 백성들이 굶주리며 궁핍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고, 을불( 후에 미천왕)은 왕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자 도망하여 혼자 살아 남아 도망자 신세가 된다. 낙랑에서 무예총위 양운거와 만나 양운거로부터 무예를 전수받아 어려서부터 익혀온 기본이 있어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초고수 반열에 들게 된다.

여기에서 백제가 등장하는데 백제와 낙랑의 전쟁에서 백제의 왕이 양운거의 손에 죽자 백제는 원수를 갚기 위해 양운거를 죽이기 위해 계속하여 암살자를 보낸다. 그런데 백제의 위치 선정이 흥미롭다. 우리는 보통 충청∙호남지역에 백제가 위치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거기다 중국 대륙까지 포함하고 있다. 사실 백제는 고조선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다. 백제는 충청∙호남지역뿐만 아니라 중국대륙을 호령하던 큰 나라이다. 백제의 기록에 나타나는 기상이변이나 천문관측, 군사이동 등의 경로를 보면 한반도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국 내륙으로 설정하여 비교해보면 떡 들어맞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백제의 위치를 중국 대륙으로 설정한 것은 이러ㅗ한 역사적 사실에 따른 설정으로 작가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가 한국의 삼국지로 만들겠다고 하였는데, 책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계책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봉상왕이 을불을 죽이기 위해 친위대 100여명을 보내지만 거짓으로 을불의 존재를 신고하여 이를 역이용하여 적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기지, 열명의 호위무사에게 활을 들려 좁은 계곡 양편에 매복하여 추격해오는 봉상왕친위대를 격파하는 장면등이 선을 보인다. 그러나 을불은 두 번을 사로잡고 두 번 다 놓아준다. 호위무사들이 불평을 하자 “저들을 살려보내 우리의 안전판으로 삼는 것이다. 저들은 가서 열명밖에 안되는 우리에게 두 번이나 사로잡혔다 놓아주어 왔다고 보고를 하지 못하고 우리의 세력를 수천의 군사가 있었다고 거짓보고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봉상왕은 섣불리 군사를 욺직이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니 모두 이해를 하였다. 어디 그것분이겠는가. 나중에 추격대장을 두 번이나 살려주었으니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멀리까지 내다보는 안목이 있으니 오항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낙랑의 권력을 잡은 최비는 구세력의 중추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무예총위 양운거를 백제의 자객에게 상처를 입은 것을 빌미로 내친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는 옛말을 실천하려는 의지에 두말없이 자리를 내주고 을불을 찾아 고구려로 떠나는 양운거를 생각하니 인생이 참으로 무상이다라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