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기울어지자 충신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힘을 가지고 권력을 농락하는 무리들만이 득세를 한다. 동탁이 그러하더니 그 뒤를 이은 이각과 곽사 도한 마찬가지다. 이각과 곽사의 공격에 잠이 황제를 모시고 피하던 이낙과 한섬도 마찬가지다. 한섬은 도적의 무리였다가 공을 세워 조정으로 들어왔으나 차라리 덜한 편이었다. 이낙은 황제에게 일부러 거친밥과 탁한 술을 올리니 구중궁궐에서 좋은 음식만 들던 황제의 참으로 처량하다.

3권에서는 조조의 일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황제가 낙양으로 가자 공손찬, 원소, 원술 등이 황제를 먼저 차지할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곽사의 만류에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순욱이 지금이 나설 때라고 하자 곧바로 출병준비를 서두른다. 바로 그때 조조를 부르는 황제의 칙서가 도착한다. 하늘이 조조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냥 출병하면 자칫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지만, 황제의 칙서가 있는한 대의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나아가 이각과 곽사의 무리를 쫓아내고 정권을 오로지하게 되었다.

조조는 아직 힘이 없는 유비를 유일한 적수로 본다. 서주에 근거를 두고 있는 유비를 공격하기 위해 조조가 二虎競食之計와 驅虎呑狼之計를 써서 유비가 원술을 치도록 하여 서주를 비운 사이에 여포가 서주를 차지하도록 하는데 성공하여 여포가 서주성의 주인이 되고 유비는 여포가 머물던 소패로 돌아갔으니 아무리 어지러운 시국이라 하더랃 이 정도로 서로 신의가 없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영웅은 호색이라 하였던가. 조조는 관중에서 군사를 일으킨 장수와 가후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항복을 받았지만 장수의 숙모와 매일 밤마다 즐기다 발각이 되는 바람에 화가난 장수가 밤에 몰래 야습을 하여 조조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아까운 장수 전위가 죽고 아들의 죽음을 담보로 하여 말을 타고 도망을 하여 간신히 살아났으니 여자를 탐한 값치고는 너무 비싼 댓가를 치렀다. 그러니 아무 여자나 탐할 일이 아니다.

원술이 조조에게 의해 망해 죽고, 공손찬은 원소에게 패하여 죽고, 여포도 원술을 쳐부순 조조의 공격을 받아 죽고 만다. 이제 서서히 세력의 판도가 좁혀지기 시작한다. 다만 유비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였으나 조조가 원술을 칠 때 유비가 먼저 나아가 서주에서 자리를 잡고 나니 북쪽의 원소, 중원의 조조, 서주의 유비, 강동의 손책이 자리를 잡는다. 본격적으로 삼국시대가 접어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