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제2권의 부제는 “구름처럼 이는 영웅”이다. 한실이 어지러워지고 간신들이 득세를 하며 정권을 오로지 하면서부터 각 지방은 상황과 눈치를 보아가며 자기의 이익만을 탐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게 된다. 유비도 공손찬의 도움으로 평원현령으로 있으면서 유비의 후원세력인 공손찬과 지역 유지들의 도움을 받아 5천여 병사를 모아 훈련시키며 힘을 기르고 있었다.

평온한 세월이 어느 정도 지속이 되었는지 유비는 지역유지인 감씨댁 딸과 정분이 나서 빠져있었다. 장비는 유비가 훈련에 참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매일 지역유지들의 초청과 감소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유비가 변했다면서 관우에게 떠나겠다고 하는 등 위기를 맞는다. 마침 이때 동탁을 치자는 조조의 격문을 보고는 유비도 정신을 차리고 감소저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온다. 역시 큰 사람은 다르다. 범부들은 한 번 평온함과 아름다운 여자에게 바지면 헤어나기가 힘든데 유비는 조조의 격문 한 장에 스스로 혼미함에 빠져 있는 자신을 진흙수렁에서 끌어내듯 자신을 끌어낸다.

유비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조조의 일가를 몰살시킨 것에 대한 원수를 갚는다고 서주를 공격하자 북해의 공륭과 함께 서주를 도와주기 위해 공손찬으로부터 2천병력과 조자룡을 지원받아 출병하여 많은 도움을 주고, 결국에는 편지한 장으로 조조의 군대를 물리게 한다. 조조의 인품과 능력을 크게 산 서주자사 도겸은 자신은 나이가 들었고 병도 있어 다스리기 어려우니 서주를 맡아달라며 패인을 넘겨주려하나 유비는 인의에 이긋나는 일이라며 끝내 받질 않고는, 도겸의 부탁에 따라 소패에 머물며 서주를 도와줄 것은 받아들여 소패에 머물게 된다. 나중에 도겸이 죽으면서 패인을 주며 서주를 유비에게 부탁하며 죽지만, 그래도 유비는 패인을 받질 않았다. 사주의 모든 권신과 백성들이 사정하고 나서야 패인을 받는다. 이를 어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근거가 필요한 유비로서는 얼른 받아도 시원찮을 형편이지만 주는 측에서 사정사정하며 주도록 만드는 것은 유비의 치밀함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진짜 성인군자같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감이 저절로 익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