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는 악세인가]의 저자 서영택님은 대한민국의 세금에 관한한 전설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국세청을 시작으로 공직생활을 출발, 국세청장과 건설부 장관을 역임했다.
조세전문가로서 국세 행정의 수장자리에 오르기까지,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근간을 이루는데 일조했고, 
우리나라 조세수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부가가치세 제도와 완전한 종합소득세 제도,
토지초과이특세 등 신세의 신설 또는 집행에 직접관여를 하게 되는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서영택 저자의 이력을 보니 보지도 못한 이분에게 감정이 안 좋아진다.
대한민국에서 미혼으로 살아가는 직장 여성에게 세금은 절대 불리하다.
미혼, 여성, 직장인이라는 세 가지 이유로 각종 국가 정책적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차별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꼬박꼬박 세금을 떼고 받게 되는 월급을 볼 때마다 월급쟁이인 것이 
괜히 억울해진다.

이렇듯 국민의 신성한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과
’세금’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성숙하지 못한 시민인 내가 [신세는 악세인가]를 읽게 된 것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세금’을 아껴볼까 하는 심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세는 악세인가]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의 책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대한민국 조세제도에 관한 역사책이다.
그야말로 신선하다.
대한민국의 조세제도가 뿌리를 내리기까지
대한민국 조세제도 역사의 중심부에 있었던 서영택 저자의 삶과 에피소드가 녹아 있어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세금에 관한 이야기’이다.
1960년에서부터 시대별로 나누어 들려주는 조세에 얽힌 고민과 비화는 너무나 진솔해서
시작부터 꼬인 시각으로 저자를 바라보았던 나의 비뚤어진 시선을 부끄럽게 만든다.

조세제도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전문가가 들려주는 세금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는
’세금’과 ’조세제도’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국가의 책임과 국민의 의무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투쟁, 그리고 고민과 고뇌는
납세자의 입장에 서 있는 나의 일방적인 시각이 아니라,
세금을 걷고 운영하며 나라의 살림을 해야 하는 국가적 차원의 시각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소득의 재분배, 경제 흐름의 중립성 등 세금의 순기능과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진지하고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문제는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매워줄 ’공정하고 정당한 집행’이다.
세금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국가나 국민이나 세금 ’제도’를 악용하려고 작심한다면,
어떤 이론, 어떤 제도를 투영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힘 없는 서민으로 살아가는 내가 세금에 저항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높은 이유도,
배운 자와 가진 자, 힘 있는 자일수록 세금 제도를 악용하는 변칙에 능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그 결과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만 바보라는 피해의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저자도 조세라는 수단에 지나치게 기대고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듯이,
조세 제도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보완적 제도일 것이다.
비판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빌 게이츠 회장이 제시한 ’창조적 자본주의’와 같은
자발적 구제와 기부문화 형성 등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정치인이나 국민이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일일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세금은 문명사회를 위하여 우리 모두가 지불하는 대가"라고.
부당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세금을 적게 내려고,
조세 제도와 정책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 했던 나의 의도는 실패했지만,
그리고 '세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신세는 악세인가]의 저자 서영택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