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도시화, 세계화, 다문화,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통신 기술의 발달은
지역과 사회와 국가를 초월하여 ’이성간 만남’이라는 선택지를 엄청나게 확장시켜 놓았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 또는 만남의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하여,
각종 통계가 증명하듯이 우리는 ’습관’처럼, 너무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늘 쫓기는 일상과 피곤이 우리의 열정을 모두 앗아간듯, 
불 같은 연애를 하는 커플보다 탐색하고, 계산하며, 줄다리기를 하는 커플이 많아지다보니
’연애’는 내게 ’피곤한 일’로 이미지화될 때가 많다.

과거에 비해 연애에 대한 경험이 다양해지고, 많아지면서,
친구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하여 연애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증가하면서,
세상은 온갖 종류의 ’연애 에피소드’들과 연애 기술에 관한 이론이 넘쳐난다.

나에게도 간접적인 연애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직접적인 연애 경험은 빈약하지만, 
연애에 관한 이론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수’라는 자자한 명성 덕에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연애 전문 상담가로 통했다.
그런 내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무릎을 꿇었다.
이성 문제로 고민하는 모든 여성에게 주는 너무나 명쾌한 답변 한마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동서양을 불분하고 ’여자’들은 너무나 자주 헷갈려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남자들의 행동을 해석하고, 포장하고, 받아들인다.
대부분 상대와 상관 없는 ’시나리오’를 혼자 구성하며 지쳐가는 여자들.

나는 이 책을 읽고 가까운 후배와 다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이 헷갈리는 연애 유형의 샘플이기 때문이다.
대학교 4년 동안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내온 한 남자와의 관계를,
대학교를 졸업한지 5년째가 되는 지금까지도 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를 만나면 질투를 하면서도, 확실한 ’연인’은 아닌 그 남자에 대한 미련으로
아직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 남자를 "나쁜 남자"라고 하고, 후배는 그 남자를 "용기 없는 남자"라고 한다.
나는 아직도 그 남자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는 후배에게
"그는 너에게 반하지 않았어!"라고 말해줄 용기가 없어,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이제는 그 미련에서 놓여나 참된 사랑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내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발견한 또다른 놀라운 사실은,
남자들이 그렇게 마음이 약한 동물인 줄 몰랐다.
소위 말하는 ’희망고문’의 달인들이라는 것이다.
주요 저자인 그렉이 말하기를, 남자들은 여성에게 "당신한테 반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자기야~", "우리 애기야~"라고 말하는 것을 더 쉽다고 느낀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주변을 대상으로 탐문 조사를 해봐야겠다.

요약컨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핵심은 한 가지이다.
여성들이여, 헷갈려 하지 말라. 만일 내가 헷갈리고 있다면, 그는 나에게 반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헷갈리게 하는 그 남자와의 관계를 당장 청산하고,
나에게 인생 전부를 거는 남자를 만나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이 땅의 남성들은 너무 지쳐 있다.
사랑에 관한 이러한 야성과 열정을 잃어버리고 사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헷갈리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항변해보고 싶다.

한 가지 덤으로,
여성들이여, 나에게 인생 전부를 거는 남자를 만난다면 그를 너무 지치게 하지 말고,
열렬히 응답하라.
내가 알기로 남자들에게는 ’보복 심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