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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의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최근 참 빡빡하디 빡빡한 경제서만 읽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을 읽다보니, 내 성격도 꽤나 단조로와 진 것 같다. 기쁜 일이 있어 해맑게 웃거나 슬픈 일이 있어 눈물을 펑펑 쏟거나 하는 일이 어색하고 힘들어진 것도 요즘 나의 독서취향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네이버 검색질을 하다가 생각이 난 것인데, 참 - 사람들은 다양하다. 하하하.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조악한 일러스트와 이상할 정도로 성의없이 그리고 아마추어 같이 얽힌 그녀의 정신없는 글들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나의 오기에 대한 반성’이었는데... ... 많은 사람들은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 구성에 화를 냈다. 하하하. 하긴, 나도 내 돈 주고 이 책을 사봤다면 상당히 화딱지 날 정도로 꽤나 구성이 조악하다.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일러스트는 장난질로 보였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오랫동안 써왔다는 산문은 주제도 방향성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 돈으로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도 글의 연계성상실도 덮어두고 내가 감동했던 부분만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 역시,
이 글이 내 글이고 내 블로그에 올라올 글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가치 없는 것에 흥분하지 말자! ㅋ

	이제 너는 어떻게 살래? 세상에서 너를 믿어준 단 한사람이 가는 이 시점에서. 네가 욕했던 아버지처럼밖에 못 사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때로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더 잔인했던 너는, 이제 어떻게 살래? 계속 이렇게 살래? 아님 한 번이라도 어머니 맘에 들어보게 살래?

페이지 : 37, 사랑만 하기에 인생은 너무도 버겁다

그래, 딱 내 이야기다. 요즘의 내 이야기 같아서 마구 화도 나고 마구 실망스럽기도 했다. 나 역시 편중된 부모에 대한 애정으로 고민하고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부딪혔다가 좌절했다. 결론은 ’포기’였다. 해결할 방법없는 나의 분노를 나는 오늘 다시 돌아본다. 이제 너는 어떻게 살래? 그래, 도대체 어떻게 살 생각으로 이렇게 한심하게 살고 있는 거니. 그렇게 돈돈돈에 쫓기면서 나도 결국 아버지와 같은 모양으로 의지를 잃고 헤매고 있다. 나의 가슴에 못질을 하듯, 이렇게 한심하게 떠돌고 있는 헤매고 있는 나를 꾸짖는 듯한 작가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나라의 방송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없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강요받았었다. 남들처럼 재미있게. 죄송하지만 사양한다. 나는 드라마의 다양함을 추구하는 작가이고 싶다. 그래서 획일화되는 드라마의 구조를 조금만 흔들 수 있다면 내 도리는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원고에서도 나는 욕을 먹을 것이다. 시청률 제로에 도전하는 작가? 밥줄이 끊길지도 모를 일이다. [10년 후 다시, 그 뒤의 이야기] 앞의 글을 읽는데 식은땀이 난다. 내가 십 년 전 이렇게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싶어, 입 안마저 바짝 탄다. ... 나는 요즘 드라마는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의 글을 쓸 당시, 가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 사람?러나 나는 이전처럼 사양한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다만 ’배우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내가 가진 장점이 있다면 그걸 가진 채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우는 자세가, 내 것만을 고집하는 것보다 더욱 소중함을 알아차린 때문이다. 누굴 위해서? 나를 위해서.

페이지 : 95 - 99,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하는 것

이 부분을 읽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부러웠다. 아, 나도 저렇게 나이를 먹어갈 수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던 모나고 아직 다듬지 않고 파닥거리는 생각들을 세월에 다듬어진 이후에 다시 수정하고 배움의 자세로 천천히 곱씹을 수 있을까. 쿡, 그럴려면 일단 지금의 나를 그를 남겨야겠지. 단순히 서평쓰기도 요즘과 이전이 다른데, 일기장은 오죽할까.

나도 이렇게 차근차근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나이 마흔의 남자. 자식은 일곱. 마누라는 유머도 모르고, 예쁘지도 않은, 매력 없는 촌년.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중년의 나이. 살고 싶지 않았겠다.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밖에 나가면 예쁜 여자들이 득시글하고 타고난 그의 유머에 반해 살갑게 사랑한다는데, 몇 해는 몰라도 영원히는 살지 않고 다시 재미없는 마누라에게로 복수심을 키우는 자식에게로 온 그 남자의 맘속엔, 무엇이 있었는지, 정말 내가 아는가.

페이지 : 181, 그들이 외로울 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이 대목을 읽다가 아니 [미안한 아버지에게]라는 이 챕터를 읽다가 눈물이 났다. 아마 작가가 그분의 아버지를 미워했던 것만큼 이렇게 이야기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엄마 편이었다. 엄마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았고, 심지어는 할 말도 없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 전화는 무시도 했다가 부재중 전화가 있어도 대꾸하지 않는다. 후 - 깊은 골을 어떻게 매꿔가야할까. 참담하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 나의 스무살이 지나고 벌써 내 나이도 스물다섯이다. 쾅하고 큰 감정교통사고에서 아버지는 나에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고 하셨다.

나는 나만 알았다.

치열하게 인정받고 싶어했던 나는 그런 아버지의 반응에 처절히 울었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한번도 아버지를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내가 정말 그를 아는 것일까. 안다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나는 정작 영어의 알파벳처럼 매우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을 아닐까.

내가 가장 감동했고 그래서 이 서평을 쓰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소통을 통한 해방감’ 때문이다. 작가가 내게 준 것은 치열하게 미워하고 있던 아버지에 대해 한 발자국 밖으로 물러나 생각할 수 있는 여유이며, 동시에 나에 대한 극렬한 반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