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의 <플라스틱 여인 >

 오랜만의 소설이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이란 간판에 꽤나 웃으며 시작한 소설인데 읽는데 2주나 걸렸다. 일단은 껄끄러운 내용과 우울한 전개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는 뭐랄까.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자인 내가 듣기에도 예쁜 그리고 여성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책장을 넘겨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여성동아 공모작이었고 게다가 예쁜(?) 이름의 작가가 쓴 이야기는 트렌스젠더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도 시도하지도 않는 이야기가 써 있었다.

  처음 시작은 여느 소설과 마찬가지였다. 소박하지만 예쁜 여자와 그 청순한 여자를 한없이 좋아라하는 남자. 처음 시작들은 다 이렇게 하지. 하지만 곧 이 소박하고 수동적인 여자가 수술은 했지만 아직 호적상 남자로 표기된 인물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당했다'라는 기분이 든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물론 나 역시 평소 '다르다'와 '틀리다'를 명확히 구분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다수에 의해 핏박받는 소수를 존중해야하는 것이 현대 사회라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이런 불편한 소재를 다룬 소설을 접하자 당장은 껄끄럽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장 수가 넘어가고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이 불안정한 이야기는 점점 극에 치달았고 나역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난 그것이 불편한 것이다. 옛날 옛적에 예쁜 공주님과 멋진 왕자님이 살았어요로 시작하는 이야기 치고는 뭐 불편한 이야기가 있던가. 가끔 "말도 안돼." 나 "꼭 이쁜년들만 저래."라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읽는 동안은 마음이 편하지 않던가. 하지만 이 <플라스틱 여인>은 그러하지 않았다.

  불편하다가 명확한 표현이겠지. 겉은 남자이고 속은 여자이라. 그래서 여자가 되고 싶었으며 그래서 여자가 되었다라는 이야기. 우리나라처럼 가부장적 의식과 현재 자유로운 생각이 뒤죽박죽 얼켜있는 곳에서 받아들여질 이야기이던가. 나 역시 약간은 고압적인 자세로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내가 얻은 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마치 기득권(내가 여성이라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높은 사람이라도 되는 마냥 그들을 병균 보듯 대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월권이며 또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주인공인 '연'이 상처를 받으면 받을 수록 내 마음도 아팠고 그녀가 사회에서 사람들에게서 거부당할 수록 나 역시 화가 났기 때문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대신 화라도 내주고 싶었다. 아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정말 내가 화를 내줄 수 있었을까? 같이 손가락질 하지 않았을까?
나는 여기에 등장한 '연'보다는 그녀를 사랑했던, 그리고 그녀 때문에 가족이 무너진 '인태'가 더 관심이 갔다. 남자였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연을 좋다고 말했던 인태는 결국 가족이 흩어지고 모두 자신의 탓으로 몰리자 그 짐을 '연'에게 떠넘기는 남자. 그를 탓하다가도 움찔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당연히 나도 그가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가 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죄없는 '연'을 탓할 테니까.

  무엇이 우위에 있고 무엇이 당연한 것이고, 이런 이야기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개인이 결정하거나 어떤 무리가 결정하거나 시대 통념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가슴이 선택해야할 문제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부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끌어안고 같이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