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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공개입양가정’이라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정의 모습에 자연스레 동화되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한 김려령 작가의 작품으로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임을 알게 되면서 관심있게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선뜻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책의 두께여서 초등학교 중학년이상의 아이들 누구라도 도전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개입양가정’의 구성원들의 입장을 한 사람 한 사람 찬찬히 헤아릴 수 있는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어서 더욱 가슴 뜨거워졌다.

’공개입양’이라는 상황은 우리나라의 가정 형태로 볼 때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가정의 형태’이다. 때문에 ’입양’이라는 단어와 별 상관관계없이 살아오던 나는 ’입양가정’의 속내를 하늘이와 한강이라는 두 아이를 통해 이들이 지니고 있는 가슴앓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개입양’을 이야기할 때 입양부모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에서는 입양부모가 아닌 입양 당사자인 초등 고학년 주인공인 하늘이와 한강이의 시각으로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어 더욱 관심이갔던 이야기이다. 어떤 가정이든 획일화된 가정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흔히 평범한 가정으로 비춰질지라도 파고들면 저 마다의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듯, 입양가정 역시 다양한 형태의 입양가정의 모습이 존재한다. 바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자신이 입양아임을 깨달은 하늘이네와 초등4학년이 되어서야 우연히 자신이 ’입양아’임을 알게 된 한강이네 역시 서로 다른 입양의 형태로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입양가정의 갈등을 겉핥기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전하는 주제 의도를 굳이 알려고 들지 않아도 본문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저절로 진실된 감동이 그대로 전해짐을 느끼게된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말씀을 꼭 하셔야 해요?"
"워떤 말? 데리다가 멕여 주고 입혀 준다는 말? 그 말 듣기 싫으문 나가라."
"진짜 나가요? 엄마가 되게 화내실 텐데요."
"가시나야, 니는 농이랑 참말도 구별 못 허냐?"
"할머니한테 농담이 저한테까지 농담은 아니잖아요."
"하이고 요것이 넘들 있을 띠만 착헌 척허고, 나랑 있으면 요로코롬 따박따박 따져드는 건 아무도 모를 것이여."
할머니는 고개를 흔들었다. 할머니와 있을 때는 내 속에 있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고. 늘 웃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엄마보다 투덕투덕 말하는 할머니가 더 편한 것도 사실이다. 엄마와 있으면 몸이 편하고 할머니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식탁 위에서 살짝살짝 흔들리고 있는 할머니의 불편한 왼손마저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본문 54페이지 중)

하늘이와 할머니와의 대화내용이다. 처음엔 어떻게 할머니가 입양한 손녀이긴 하지만 하늘이에게 대놓고 상처주는 말들로 쏘아붙일까 싶었는데, 하늘이에게는 이런 할머니가 오히려 편안하다는 대목에서 가식적인 모습의 엄마가 아니라 허물없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하늘이의 진심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항상 확인 받고 싶어하는 거야?"
부릅뜬 아빠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뭘 확인 받고 싶어 해?"
"당신은 누가 뭐래도 하늘이 엄마야. 그걸 왜 자꾸 확인하려들어."
"누가 아니라, 정작 하늘이가..... 날 엄마로 인정하지 않으니까."
"인정 안 한 게 아니라, 당신 행동을 힘들어 하는 거라고. 당신 생각대로 하늘이를 꾸며 놓고, 행동하게 만들고.... 그러지 마." (본문 101페이지)

그 동안 쌓였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이다. 이에 앞서 하늘이가 무척 소중하게 여기던 종이모형의 집이 엄마에 의해 무너져 버린다. 마치 하늘이네의 갈등이 폭발하여 한 순간에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던 이 이야기의 절정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읽으면서 어떤 가정이든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 가정은 제자리에 설 수 없음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또한 입양가정의 부모와 함께 자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준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눈에 띄게 만날 수 있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비단 입양가정의 모습에 그치지 않고 어떤 가정에서든 ’가족의 소중함’의 의미를 접목시킬 수 있는 소중한 메세지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