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특히 ’술’이라는 단어는 낯설지가 않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막걸리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기 시작했다. 막걸리 수출도 급증할 뿐더러 그 동안은 하찮게 여겨졌던 막걸리가 이제는 호텔에서도 제법 대우받기 시작하였고, 비행기에서도 맛볼 수 있는 귀한 대접을 받는 술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술과 친하지 않기에 대형마트를 가더라도 언제나 주류코너는 패스하기 일쑤이다. 그래도 일 년에 몇 차례 주류코너를 찾게 되는 때가 있는데 바로 명절과 제사가 다가올 때이다. 기껏해야 1년에 몇 차례 주류코너를 훑어보지만,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술의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점이다. 예전엔 막걸리 종류는 2-3가지에 불과하였는데 최근에는 그 종류의 다양성이 눈에 띌 정도이다.

’나와 술’ 관계를 떠나서라도 주변에서 술과 관련한 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간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야구장 근처에 산다는 이점 때문에 단짝친구와 함께 야구장을 내 집인양 드나들었었다. 그 당시엔 많이 어른들은 술과 함께 야구를 관람하였는데 응원하는 팀이 잘하면 잘한다고 건배, 못하면 못한다고 건배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어린 나로서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친구와 깔깔깔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희노애락’을 술과 함께 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술짠]의 노희정 저자 역시 술과 함께 ’희노애락’으로 살아가는 분이라는 걸 책을 통해 접하게 된다. 책의 구성조차도 ’희,노,애,락’으로 나누었을 만큼 술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술을 사랑하는 그녀는 참으로 남편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애시절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그녀를 술취하게 하기 위해 맥주잔 속에 몰래 양주를 넣었다던 남편의 에피소드도 너무나 재미있다. 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지켜보면서 그녀는 어쩌면 술의 힘으로 더욱 진실하고 용기있게 이 책을 출간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 나로서는 술을 애지중지, 술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이들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나랑 공통분모가 같지 않으니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술로 비유한 좋은 글귀들은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다. 특히, p.81 본문 중 ’잘 익은 술을 만나면 친구가 그리워진다. 술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세월이 만든다. 사람이 술을 빚으면 세월이 술을 완성한다 - 허시명(여행작가)’ 앞 뒤 내용을 거두절미하여 그 감동이 줄어들었지만, 책을 읽을 당시에는 가슴 깊숙히 파고드는 새로운 감정이 있었다. 그야말로 술과 세월을 절묘하게 묘사한 표현이다. 

누구나가 관심있는 것들은 쉽게 눈에 띄기 마련이다. 내가 아이를 임신중이었을 때 이상하게도 임산부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던 것과 같이 노희정 저자에게는 문경세재 박물관에 들러도 술 도자기가 기억에 남고, 술 품평회, 술 박물관에 다니는 모습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애주가로서의 인생을 당당히 살아가는 그녀는 그래서 멋있어 보인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내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