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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기도하라.

한승훈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예수를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 그래?’ 하는 질문이나 ‘그래, 이런 시각으로 볼 수도 있구나’ 정도.. 혹은 ‘아, 그런 역사적 배경이 있구나’ 하는 이해의 도움은 될 것이다. 예수가 하나님(혹은 하느님)의 아들이자, 부활하신 신. 이라는 믿음 여부와 상관없이 그가 인간으로서 살았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을까?

어려서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면서 어렴풋이 알았던 내용들을 이 책을 보고. 어? 그런 시각도? 하며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신앙의 깊이가, 예수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져 좋았다.

내가 성경에 대한 지식이 참. 미흡하지만 분명 예수는 소외된 자들을 위해서 살았고 체제에 저항하던 인물이었으며 마침내 기득권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기득권이란 정치권력, 종교권력, 경제권력이었다. 예수의 삶을 뒤따르는 그리스도교신자들 그리고 그들을 인도하는 목사들이 권력과 결탁하고 체제(기득권)를 수호하는 영적전쟁을 부르짖는다면 그건 예수의 삶의 정반대지점에서 외치는 사탄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그냥 순순히 성서를 보기만 하면 된다. 예수를 그저 ‘무한한 사랑’의 존재로 체제에 우호적이며 순응하는 신적 존재로 보는 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목사와 신부의 말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 죄라고 생각하니..(예수는 늘 그 반대였건만 제사장과 바리새인과 싸웠는데..) 더 나아질 게 없다.

너무 예수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혁명가로서의 예수의 삶을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한정없이 공감가고 재밌는 책이다.

94 예수가 찾아다니면서 치유해주고 하늘나라를 선포한 사람들이 누군지를 생각해보자. 그들은 성전 제사를 독점하고 있는 사제들에게 ‘부정한 사람’ 이라고 불리는 환자, 장애인, 악령 들린 사람이었다. ... 한편 예수가 대놓고 비판하고 싸운 사람들은 바로 그런 체제에서 존경을 받는 종교 지도자들이었고 정치권력을 쥔 사람이었다.

122 위대한 인물, 위대한 국가, 위대한 이념, 위대한 체제, 모두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런 것이 쓸모가 있다면 없애거나 할 필요는 없지만, 그걸 절대화해서 ‘우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 물론 종교는 ‘우상’ 이 되기 쉽다. 성스러움에 대한 감각은 어떤 대상이 원래는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망각시키고 인간을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229 정치적 권력의 획득과 금욕주의를 결합한 이러한 행동의 의미는 명백하다. 그것은 종교적 최대주의의 욕망, 주류 문화의 자리에 위치하여 사회에 대한 문화적 지배를 강화하려는 욕망이다. 그것은 예수가 궁극적으로 폐지하려고 했던 사회적 구분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통제 밖에 있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려는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235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을 ‘동성애’ 라고 귲어하는 것은 자신들의 동성애 혐오를 경전에 투사한 억지다. 만약 소돔의 군중이 남성인 나그네들 대신 롯의 딸들을 강간하였다면 그들이 멸망을 피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문제는 동성애가 아니라 폭력 그 자체다.

264 실제로 그 장소를 지배하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이 예수의 관심이었다. 건물의 증축과 물질의 증식을 향해 움직이는 공간은 누구의 이름을 걸고 있든 관계없이 건물과 물질을 숭배하는 공간이다. 물론 이것은 예수의 시대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283 예수는 유교식 제사에서 ‘유교라는 타자’ 가 아니라, 그것을 포함한 ‘가부장 질서’를 발견할 것이다. 제의 과정에서 ‘타자가 된 여성’을 발견할 것이다. 기독교식 ‘추도예배’라고 해도 음식 준비하고 손님맞는 일을 여성에게만 전담시킨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구분 짓기가 재생산하는 억압과 맞섰던 예수에 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남성 지배 체제라는 우상숭배가 된다.

298 우리는 반공주의적 기독교인을 예언자들과 비교해 보면서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들은 예수가 다시 와도 그를 ‘빨갱이’ 라고 부르면서 ‘북한으로 꺼져라’ 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로 고발하고. 할 수만 있다면 처형하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종교지도자들이 예언자들을 대하던 일관된 방식이었다.

361 인간은 오랜 역사를 통해 질서에 대한 감각을 발달시켜 왔다. 그러므로 그것이 아무리 강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거짓 질서일지라도 질서에 대한 위반은 반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종교경험은 그 질서를 뛰어넘는 급진적인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이다. 그러나 체제는 그 경험의 해석을 통제함으로써 급진적인 영성을 통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