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 굽이 돌아가는 길도 충분히 아름답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삶이 공평하다' 는 말보다 

'삶이 너무 불공평하다' 이야기할 때가 더 많은 거 같다.

 

나 역시 내가 가진 것보다 타인이 가진 것들이 너무나 크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고

내가 애써 이뤄온 것들을 누군가는 너무 쉽게 이루는 것을 볼 때 좌절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삶은 대체 왜 이리 불공평하냐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거 같다.

 

언제나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자 욕심내기 바빴던 탓일 수도 있고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속에서 더 빠르게 더 많은 것을 이뤄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스스로 착각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여기, 누가 봐도 참 불공평해 보이는 '뇌성마비'란 치명적 장애를 가졌지만

장애 앞에 굴복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멋지게 개척해낸 한 여자가 있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한국 여성 최초로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버지니아 주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가 되어 '최고 교수'의 영예까지 얻은 그녀,

정유선 교수.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의 놀림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여

기어이 체력장 1등급을 받아내고야 말았던 그녀의 근성은

장애우의 입학을 거부한 한국의 대학 문화 앞에 좌절하는 듯 했으나

홀로 머나먼 미국으로 떠나 컴퓨터 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장애우의 불편을 해소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보조공학으로 전공을 바꿔

조지 메이슨 대학 최고 교수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만들었다.

 

자신의 몸조차 뜻대로 제어할 수 없었던 그녀가

 존경 받는 학자로서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이루기까지

그녀의 삶이 얼마나 녹록치 않았을까? 고난과 눈물로 시작된 삶이었지만

서로를 아끼고 이끌어주는 가족의 사랑 속에 그녀는 성장했고

모두가 불가능하다 여겼던 일들을 스스로 이뤄냈다.

 

스스로 해내고자 하는 그녀의 굳은 의지가 밑바탕이 되어줬지만

그녀의 곁에서 그림자처럼 그녀를 이끌어준 부모님의 헌신 역시 주요했다.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주신 부모님의 헌신은 넘기는 페이지마다 감동으로 눈물짓게 했다.

 

특히 그녀의 엄마는 과거 '이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스타 가수 김희선씨라고.

당대에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스타였지만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딸을 위해

화려했던 자신의 무대를 버리고 사랑과 인내로 그녀를 보살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어린 딸을 직접 업고 발로 뛰며

그녀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혹독한 재활 훈련 후에

당신의 어린 딸이 드디어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얼큰하게 취한 채 곤히 잠든 딸을 깨워가며 걷게 한 후 기뻐하는 아빠와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함께 눈물 흘리는 엄마의 모습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하기도 했던.

 

 

 

 

내 이야기가 장애와 싸워온 치열한 삶의 기록이 아니라,

삶에서 부딪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용기가 되며 여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본문 중에서-

 

 

 

 

장애우들을 위한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단 생각에

흔들리는 발걸음지라도 굽이 돌아가는 길이라도

그 길을 당당하게 걸어나가리라 다짐하는 그녀, 정유선 교수.

'삶이 너무나 불공평하다' 좌절하는 대신,  스스로를 믿고 노력해서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단 희망을 가지라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비단 장애를 가진 친구들뿐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기 전,

 삶이 불공평하다 불평하기만 했던 우리 모두의 게으른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그녀.

 

그녀가 집필하는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밝히기도 한

 박노해 시인의 시, <굽이 돌아가는 길>과 함께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어 굽이친 강줄기가 더 아름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 앉지 마십시요

돌아서지 마십시요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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