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내가 칭찬 일색인 이 책 '쇼코의 미소'만큼은 궁금했다.
사실 같은 일을 10년넘게 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거니와 번아웃 증후군 낌새도 보여서 치유할 무언가를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고작 10년 일하고 무슨 앓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꿈만큼 컸던 포부를 갉아먹으며 현실과 점차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문득 쳐다봤을 때 내가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은 두 번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을만큼 끔찍했다.
인문학 책으로는 감정을 살피기엔 너무 지쳐있었기에 소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찾은 이 책 ' 쇼코의 미소 '.
소설가들이 뽑은 소설이라면 얼마나 훌륭할까.
사실 칭찬일색인 이 책에 대해서 아는바가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한 시점부터 책을 기다리던 시간들이 모두 즐거웠다. 

' 쇼코의 미소 '는 단편소설집이다. 최은영 작가의 단편 7개 작품이 하나의 책으로 엮여있다. 한 개의 작품을 제외하곤 모두 주인공과 관련한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손녀와 조부모의 이별, 남녀간의 이별, 선후배의 이별, 부모와 자식의 이별, 친척과의 이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이별들을 최은영 작가는 슬프지만 담담하게, 동시에 아름답게 이야기 하고 있다. 때문에 전반적인 소재가 죽음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 해도 우중충하거나 슬프기만 한것이 아니라 뭔가 따뜻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계기가되어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추억하는 과정을 읽어나가는 과정이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동시에 따뜻하게도 만들어준다. 이건 분명 작가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