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새의 선물』로 은희경을 알게된 나는 작가 은희경의 문체에 빠져들었다. 여유가 될때마다 은희경의 책을 한권씩 사서 모았고, 결국 2011년 새해를 맞이하고 6일째 되던 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은희경을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그녀의 책 여섯권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모든 책에 작가 친필 싸인을 받아들고 몇날 며칠을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은희경의 모든 책은 내게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 『마이너 리그』는 애틋한 책이다. 20대 때 우울함을 달래주던 책이라는 것에 더해서, 잘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님 세대를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해준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은 주류에 섞일 수 없는 58년 개띠들의 초상이다. 우리 부모님들 세대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를 그려볼 수 있는 책이다. 성격이 매우 다른 네 명의 남자주인공 - 조석, 두환, 승주, 형준 - 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만수산 4인방' 이란 별명으로 통하게 되는데, 이중 의식이 남다르다고(다시 말해서 나머지 셋에 비해 자신이 지나치게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형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