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요즘 나는 기타를 배우고 있다. 누군가에게 코드 7개만 외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수월하겠거니 싶어 동생이 두고 간 어쿠스틱 기타를 잡았으나 역시나, 세상사 만만한 것이 없다니까. 어지간한 여자들보다 작은 손을 가진 나는 기본 코드를 짚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왼손 가득 힘을 주어 어렵사리 코드를 잡으면 쇠줄이 생살을 짓눌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지만 오른손으로 스트로크를 하여 줄을 떨어주어야만 소리가 났다. 손가락이 끊어질 것 같다는 느낌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채 반 시간도 못 되어 나는, 기타를 평범한 인간이 배울 수 없는 악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타를 보름쯤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집에만 있으려니 적적했고, 한 달 쯤 치면 굳은 살이 베겨서 아프지 않다니까 다시 해보기로 한 것이 벌썩 석달이 되었다. 아직 하이코드가 자연스럽지 않아서 속상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들어줄만큼은 되서 뿌듯하기도 하다. 
  별안간 기타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반악기나 관악기는 약속된 음이다. 주법에 따라 세기나 장단이야 달라 질 수 있겠지만 하나의 음정만 낼 수 있다. 하지만 여섯 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기타는 그 이상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짧게 잡으면 높은 음을 내고, 길게 잡으면 저음을 내는데 플랫 하나를 옮길 때마다 정확히 반음씩을 옮겨간다. 그리고 위의 현의 5번 플랫을 잡으면 바로 아래 현과 꼭같은 소리낸다. 더러는 이 점이 현악기의 최대 강점이자 매력이라 했지만 나는 그 의미는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음악을 해도 대충하고는 못 베기는 인간들이다. 이러한 집요함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엎드려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륵이 가야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누워있는 기타를 괜스레 튕기곤 했다. 만물의 소리를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그리고 인간의 손이 넉넉히 넘나들 수 있게끔 열두 줄로 만들어진 우륵의 가야금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갓 기타에 입문한 자에게 일러주는 것이 많았다. 소리는 손가락에서 나는 것이 아니고, 줄에서 나는 것도 아니다. 하여 소리는 없는 것이되,  가장 분명히 있는 것이다. 줄이 손에서 떠날 때 소리가 있고 사람을 울리며 제자리로 돌아가 사라진다.’ 취미로든 직업으로든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을 필요가 있다. 소리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현도 아닐진데, 어떻게 보면 이 뻔한 이야기에도 울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게도 소리가 있을 것이다. 나는 과연 어디에 닿아 소리가 나고 있지 않은 것일까. 알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그리고 떠나야 한다.
 



현의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