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지라니문화사업단, 『내일은 맑음』, 북스코프, 2008.

참 읽기 쉬운 책이다. 사진이 많아서 생생했고, 적당한 설명과 스토리가 있어서 제법 충실했다. 책의 부제인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뜻이다.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기란 참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은 아프리카 케냐의 고로고초 마을이다. 고로고초란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데, 말 그대로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모아놓은 할렘이다. 쓰레기 사이에서 음식물을 찾고, 고물을 주워 돈과 바꾸는 생활을 하는 등, 이 곳에서의 삶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참하다. 그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굿네이버스의 사역자인 임태종 목사에 의해 음악을 통한 희망을 심어주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굿 네이버스는 우리말로 좋은 이웃이고, 고로고초의 합창단 이름인 ‘지라니’도 같은 의미라고 한다. 어쨌든, 3박자 음악에 길들여져서 4박자 음악은 하나같이 한박자씩 빼먹는 모습, 서양의 7음계가 아닌 전통 5음계가 익숙해져서 음을 자꾸 못내는 모습, 국립 음악대학을 나왔어도 악보를 못읽은 현지 음악선생 등 합창단이 절대로 성립될 수 없는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결국 한국, 미국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치루어낸 그들의 열정과 앞날을 위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책의 뒷부분에 작은 CD가 붙어 있는데, 지라니 합창단의 귀중한 노래가 여섯곡이 담겨 있었다. 생기 넘치는 아프리카 전통 음악, 한국어로 부른 전통 민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생명의 양식’이라고 잘 알려진 종교 음악인 ‘Panis Angelicus’등이다. 음악만 듣고나면 이 합창단이 고로초로에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고, 이미 그들의 환경과 상태를 알고 난 뒤에 듣는다면 그들의 노력과 앞날을 위해 아낌없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잘한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합창단을 계획하고 만든 것은 우리들이었지만, 이 귀한 아이들이 없었다면 합창단의 내일도 없다. (161쪽)

- 우리 합창단은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는 합창단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지라니합창단의 노래를 꼭 듣고 싶어요” 라는 말을 듣는 합창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