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운다. 반항과 방황을 한다는 의미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며, 꿈과 희망을 가지기에 또한 빛나는 시기이기도 한다. 청소년기는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꿈꿔온 일들을 이루기 위해 힘껏 노력하고, 가꾸어나가는 시기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꼴찌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주홍글씨처럼 낙인이 찍히어 꿈을 꾸지도 않고, 스스로 자신을 포기해버린 사람들이 있다.. 이 들 네 명도 그렇다. 재웅,기준, 호철, 성민. 공고 3학년이지만 꼴찌인 성적때문에 실습나갈 기업도 없고 빈둥빈둥 거리다가 우연히 제의를 받은 한 업체로 실습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어른이 되어도 뭐 별 볼일 있겠냐! 우리 확 죽어 버릴까?" 내년에 졸업을 하고 나이를 더 먹어 어른이 되면 이 불아감은 스르르 없어지는 것일까? 한편으론 빨리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어른이 되는게 두렵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또 가슴을 짓눌렀다. (33~34쪽)

 

완전 시골인 그곳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청소년기.. 몸은 어른만큼 성숙하지만 생각은 아직은 어리고 부족한 시기.. 김과장과 양대리의 겉모습과 짧은 시간동안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만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실수를 하게되면서 양대리를 향한 재웅이의 오해는 커져간다. 아직은 인생이 무엇인지..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힘든 것인지 모르고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하던 모습그대로 사람들 평가하지만 결국 김과장이 나쁜 사람이었고, 험악하고 무뚝뚝한 양대리가 자신들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마을에 들어와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게 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어른들의 삶도 자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어른들도 자신들의 이익이든 공익을 위한 것이든 간에 서로 싸움을 하며, 낙오자처럼 살고 있는 염씨 아저씨의 마음속에는 삼청교육대라는 아픈 상처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저씨를 울게 만든다는 것도 알게된다. 또래 친구들도 두명 생겨 그들과 함께 아지트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마을 일에 대해 걱정도 한다. 아마 도시였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니던가..텔레비전이나 극장. 오락실등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로부터 둘러싸여 친구들과도 진지한 이야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고, 마을을 돕는다는 취지의 일따위는 아마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기특한 지도 모르겠다. 어른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마을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간혹 술을 먹고 무면허 음주운전을 해서 철장에 갇히는 경험도 한다. 그 경험동안 철장에 함께 갇힌 술취한 청년을 보고 재웅이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함께 있는 성민이의 가정형편이 어떤 지도 알게 된다. 마을을 돕기 위해 천마산업의 사장실을 찾아간 일은 어쩌면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마도 어리기에, 그리고 세상을 잘 모르기에 일어났던 일이었으며, 동시에 그래서 성공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결과가 좋게 끝나고, 희진이 할머니의 장례를 계기로 천마산업과 마을, 철탑공사의 기초반원들과 조립팀원간의 갈등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인간의 삶의 본질인 죽음을 두고, 모든 이들은 아마도 갈등이나 싸움따위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화목하게만 살아도 짧은 인생이 아니던가..

 

모든 일이 끝나가는 가운데 재웅이는 기준이에게 자격증을 따자고 말을 한다.  몇 달동안의 일로 인해 아이들이 성장을 한 것이다. 마냥 허무한 꿈을 좇기 보다는 현실에 맞추어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스스로 직시한 것이다. 그 누구의 지시나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 해내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말처럼 학교에 남았더라면 아직도 이어졌을 그 무료하고도 소외되었던 일상에서 잠시 탈출해 여러가지 일을 경험하다보니, 스스로 많이 성장을 한 듯하다. 그리고 꼴찌라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자신감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생긴 것이다. 자신감이 있고 당당하다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이 마을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좋아, 당당히 꼴찌라고 밝히는 거야! 꼴찌가 뭐 어때? 어느 학교든, 어느 반이든, 또 어느 동네든, 꼴찌는 다 있을 거 아냐? 그리고 우리가 설마 사회에 나가서도 꼴찌겠어? 우리도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242쪽)

 

책이 참 잘 읽혀지고, 가벼운 듯 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은 성장 소설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고, 그 아이들이 어떤 마음인지도 말이다. 나도 혹여나 그런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위로해 주기보다 냉소의 눈으로 보지는 않았나 반성해본다.  그 아이들이 성적으로 꼴찌라고 해서 결코 사회에서의 꼴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라는 것은 많은 변수들이 있고, 아이들의 의식이 점차 성장하고 스스로 깨닫는 일이 많아지면 그 아이의 가능성이 얼마만큼 커질지는 우리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꼴찌들에게 낙인을 찍어주기 보다는 아직 너희들은 가능성이 많다는 희망의 눈길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어른이 많은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아이들이 얻고 싶은 것은 100점짜리 성적표가 아니라 믿어주는 그 마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