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핌》의 제목과 글쓴이는 《꽃이 ͕》.

연분홍 표지에서 소복하고도 단촐하게 피어내는 꽃송이가 다가올 봄을 말해 준다. "작은위로, 가슴속 한켠에 작은 일렁임"이란 짧은 문구를 눈에 담으며 책장을 열어본다.

경희대학교 전환 21 프로젝트.

출판을 꿈꾸는 청년들이, 마음속에 겹겹이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시간을 나눈 시도. 서로가 서로의 글을 보며 아픔을 들여다보고, 섣불리 헤아리려고 하지 않은 배려와 존중의 시간들이 그들에게 주어졌다.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도 여전히 아프겠지, '아파야 청춘이야'라는 책 제목이 있듯이 청춘은 아프다. 하지만 청춘이 아프다는 그 말이 난 참 아프다. 이제 세상에 대해 알 나이인 그들과 직면하는 현실이 상처를 낸다는 것, 그 시간과 만나는 청춘이 아파야 하다니. 힘들고 냉정해도 그 상처가 깊지만은 않기를.

아픈 청춘들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글을 쓴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도 아팠을 지난 시간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그 순간, 청춘은 시간을 치유되리라 생각하고 싶다.

20대의 청춘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간 글을 보면서 다정했고, 마음이 아팠고, 그리웠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누가 이들에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시를 쓰고 수필을 쓰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된 거 마냥 우쭐거리며 글을 썼다. 그 때 그 시를 첨삭한다는 선배조차도 어른이 되고 싶었나보다. 시어 하나하나 꼬집으며 왜? 어떤 의미?를 묻고 끊임없이 고쳐오라 했다. 그 때의 글을 다시 꺼내보면서 내 글은 단 한편도 없어 몇년 전에 모두 정리하였다. 그 때 그 시간속에 쓴 글은 어른이 되기 위한 나의 아둥거림이었지 글이란 이름으로 묶어두기가 너무 창피한 끄적거림이었다.

『꽃이 핌』 을 읽으면서 청춘의 시간을 즐기는 이의 글도, 어른이 되고픈 마지막 정거장쯤으로 여기는 이의 글도,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면서 처음의 마음이 조금씩 변형되었겠구나 하는 글이 느껴져 약간의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다.

떠나간 친구를 그리워하며 쓴 《너에게 닿기를》. 별이 된 친구를 그리워하며 순간순간 떠올린 마음을 차근차근 짚어낸다. 글쓴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아파야 하는데, 나에게로 와서는 아름다움으로 만져졌다. 그리운 대상을 가슴에 안고 산다는 것은 따스한 온기로 나를 채우고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 올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청춘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미 청춘있었고, 아직은 …이라는말로 청춘의 길을걸어가고 있는 나는 참 좋았다. 그들의 아픔이 나에게 그리움이 되었고, 그들의 생기넘치는 시작이 나에게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게 한다.

좋았다. 완전하지 않아서 좋고, 끝이 없어서 좋고, 당당한 청춘의 시간을 걸어가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