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광부였다. 기술 하나 없는 우리 아빠는 말 그대로 지하 탄광에서 탄을 캐서 싣고 나오는, 가장 위험하고 가장 힘든, 그렇지만 월급은 제일 적은 직급으로여섯 식구의 가장으로 살았다. 엄마는 항상 부족한 월급에 보태기 위해 스웨터 짜기 부업부터 남의 집 배추밭에서 배추 뽑기,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 끼는 작업 등 상 일감을 앞에 두고 사셨다. 그런 엄마의 수고도 모른 채 자란 3살 터울의 오빠는, 방금 나온 두부가 아니면 밥을 안 먹는, 밥을 국에 말아놓고도 입맛에 안 맞는다고 동생 앞으로 밀어놓는, '까탈'의 정의를 손수 보여주었다. 3살 터울의 오빠와 나는 학교 진학 문제가 항상 엉켰으며,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신혼집과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그 재산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오빠에 대한 미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곡차곡 쌓이고 쉬이 버려지지가 않았다.

『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년』은, 작가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미움의 싹이 가지를 뻗고, 미움이란 열매를 맺기까지의 상처를 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자신의 치부라고 여기며 숨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분노하며 쏟아낸 글을 읽으면서 내가 숨겨두어 찾지 못했던 깊숙한 상처를 꺼내보기도 하고, 내가 미움이라고 했던 것들이 가벼운 타박상 정도의 고통이라는 것이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한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상대를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감정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온다. 미움은 관심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예로, 온전히 나만의 시선으로 상대를 단정짓게 된다. 가끔은 그것이 나의 편견이나 나의 치우친 사고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미워하는 내 감정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 미움을 버리면 그 동안의 내가 아주 크나큰 잘못을 해왔다는것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한다. 그것이 두려워 미움을 관심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작가 임영빈님은, 자신의 내면에 피어오를 때로 피어오른 미움의 싹으이 햇살을 타고 잘 피어오르도록 가지치기를 했다. 그것을 두고 용기라고 해야 할까? 과감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내면을 미움으로 가득 채웠을 때도 나였고, 미움을 버렸을 때도 나였다. 다만 나의 내면이 따듯한 기운으로 채워지면, 그 따듯함은 나를 비롯해 주위까지 퍼져나가 긍정의 눈으로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내가 오빠에 대한 미움을 과감히 버리게 된 기술은 인정하기이다. 오빠의 삶의 방식과 나의 삶의 방식이 다르며, 서로 이루고자 하는 노년의 모습이 다르기에, 가족이란 굴레를 벗어나 한 사람으로 마주서기를 하니, 미움이 버려졌다. 한번이 아닌 여러번의 다짐과 연습으로.

『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년』은 작가가 털어놓은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가정을 들여다보듯 시작과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담담히 써 내려간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나의 내면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미움의 대상도 떠올려보고, 그 감정이 이제는 모두 버려졌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미움이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미워하기 위해 애써 감정을 소모했던 그 시간들을 애써 외면했다면, 그 시간과 마주섬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 시간을 어떤 이유로, 어떤 마음으로든 견뎌왔기에 지금의 나로 당당히 설 수 있었다. 그것이 나를 위한, 나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되었고, 실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