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욕심내고 뚱뚱하며, 작고 약한 동물을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니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악명 높은 고양이가 한마리가 있다.

간식으로 갓 낳은 따스한 달걀을 가장 좋아하는 니양이.

어느날 아침 자신의 눈에 들어온 탐스럽고 예쁜 달걀을 한입에 꿀꺽하데 되는데...

그후로 점점 배가 부풀어 올라 급기야는 작고, 노랗고 귀여운 병아리를 낳기까지 한다.

자신이 병아리를 낳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다못해 그대로 굳어버린 니양이.하지만 그것도 잠시 .

자신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삐약거리는 작고 보드라운 병아리를 핥으며 뭉클함을 느끼고는 삐약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항상 데리고 다니고, 온갖 위험으로부터 삐약이를 보호해주는 삐약이 엄마가 되었다.

 

구름빵, 달샤베트의 작가 백희나님의 작품이다.

구름빵, 달샤베트에 이어 어제 저녁이라는 작품은 물론 팥죽할멈과 호랑이까지 접해보았는데 삐약이 엄마는 비교적 최근작임에도 불구하고 제목부터 굉장히 생소하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의 작품이기에 내용을 볼 것도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펼치자마자 이제껏 접해왔던 입체일러스트가 아닌 단조로운 스케치그림에 한번 놀라고, 흑백, 노랑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발산하는 매력적인 삽화에 다시한번 놀랐다.  

게다가 고양이가 병아리를 낳는다는 내용은 아이들에게 큰 재미와 호기심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니양이의 배가 점점 부풀어오르다못해 병아리의 부화과정까지 그려진 장면에서는 기발함이 넘쳐 폭소로까지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인지~~~그 놀라운 상상력이 너무나도 부러울따름이다.

 

작가는 주인공 고양이와 병아리를 통해 굳이 혈연이 아니어도, 심지어는 인종이 달라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뱃속에서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종임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니양이....읽는내내 입양, 강한 모성이라는 문구가 머릿속을 맴돌게하는 작품이다.

 

특히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똥이 마려워 힘을 주고는 병아리를 낳아 놀라서는 뒷걸음질치며 당황해하고, 그대로 굳어버린 니양이의 모습인데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아무런 준비없이 첫아이를 낳던때가 떠오른다.

25살, 어렸다는 것은 핑계요, 엄마가 되기위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임신을 해서는 막상 아이를 낳고보니 아이를 안아보라는 의사의 말에 두려움과 무서움에 힘이없다는 핑계로 선뜻 아이를 안아보길 거부하고는 수술대를 나오고나서야 미안함에 아이를 안고 젖을 물렸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못해 죄스러움까지 들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하는데 이 그림책이, 니양이가 자꾸만 그때의 일을 떠오르게 한다.

난폭했던 고양이 니양이조차도 삐약이를 통해 강하디 강한 모성애를 발휘하는데, 삐약이 엄마라는 이름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아이를 낳은지 10년이 지난 나는 아직도 엄마라는 이름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강한 모성은 커녕 모성 흉내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미친다.

언제쯤 니양이만큼 강하고 자부심 가득한 모성애를 발휘할 수 있을런지....

아직도 나는 아이보다 가족보다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었다는 생각이 미친다.

내 자존심보다 아이와 가족의 자존심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부디 떨쳐버리고 사랑을 가득가득 채워줄 수 있는 좀 더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가 되기위해 부던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에 다짐을 굳게 해본다. 

 

기발한 발상과 재미, 가족의 사랑,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마당을 나온 암탉만큼이나 애잔한 모성애를 경험한 작품이다....

많은 아이들과 엄마, 가족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