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블레리오, 머피 그리고 노라가 이 책을 이끄는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루이의 아내라던지, 루이의 부모님들도 중요 등장인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세 남녀는 피곤한 삼각관계에 속해있다. 노라는 블레리오와 머피 사이를 오가며

그 두 남자의 일상을 들었다 놓았다는 반복한다. 휘두른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 남자들은

휘둘려지고 있다.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휘둘리는 것, 휘둘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게

사랑이라는 것일까 싶어진다. 그렇게 두 남자를 손 안에 넣고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는

노라도, 한 여자에게 그렇게 취급받으면서도 그녀에게 안녕을 고할 수 없는 그 남자들도

마냥 부럽지만은 않은 걸 보니 그들의 사랑이 딱히 내 취향은 아닌가 보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서 감지되는 순수하지 못한 어떤 결정들이 그들의 사랑을 마냥 옹호하지만은 못하게

한다. 그들은 각자의 욕망이 있었고, 그 욕망에 따라서 보이지 않는 계산을 한 뒤에 행동한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런 결과물로 이런 이상한 관계가 지속된 것이고. 그리고 그 관계는

몹시 피곤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내가 다 피로감이 느껴졌을 정도로.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라는 제목을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 건 역시나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서였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 이 제목을 이런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목이 꽤 멋있어서 읽게 된 책이었다.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얼핏들어도 맞는 것 같은 그 문장은 이 소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고, 게다가

이 책은 내가 예뻐하고 있는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가 아니던가. 읽는 동안 그들의

관계가 몹시 복잡했고, 그들의 심리 상태는 더 골치아팠고, 그들의 사랑이든 욕망이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읽고나서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감정이 감지되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시시때때로 바뀌는 감정에 충실한

노라, 아내와 애인 둘 다 모두 필요하다는 생떼를 쓰는 루이,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라서인지

이 관계 속에서 아무 것도 잃지 않을 것만 같은 머피...캐릭터들의 단점이라고 해야하나,

그들의 약점을 찾아내면서 그들이 한심스럽고 답답해 보이지만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안쓰럽다고 해야하나. 그들 역시 짧은 인생에서 끝없는 욕망에 휘둘린 이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