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6개의 나라, 그리고 12개의 도시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도시는 디자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을 이들 도시가 직접 실현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디자인이란 단순히 외적인 변화만은 도모하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분명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것을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를 읽으며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모든 것을 없던 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라면 잃는 게 너무나 많은 것 같다. 그대로라도 아름다운 부분도 함께 사라질테니까.

그동안은 그런 디자인에 익숙했었던 것 같다. 무엇인가 사라지고, 그 공간은 다른 무엇인가가 채우는 방식. 

게임을 리셋하는 것도 아니고, 블럭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신기하게도 그랬었던 것 같다.

예전에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의 저자 수행승 아잔 브라흐마는 벽돌 두 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벽돌로 정성껏 담장을 만들고 있는데, 다 만들고나니 벽돌 두 장이 눈에 거슬리게 비뚤어져 있었다고 한다.

벽을 부수고 다시 쌓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그럴 수 없었고, 그 후로 그 담장이 볼 때마다 그 두 장의 벽돌로

늘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날 그가 있던 절에 온 손님이 그 담장을 친창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그 두 장의 벽돌보다는 가지런하고 반듯하게 쌓인 나머지 벽돌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다고 한다.

단 두 장의 벽돌에 가려진 몇 백장 벽돌의 완벽한 아름다움...

두 장의 벽돌을 핑계삼아 모든 것을 허물 필요는 없다. 그러면 다른 벽돌들의 존재도 아무 의미 없게 되어 버리니까.

그런데 이 책에서 등장하는 도시들은 수많은 벽돌들 뿐만이 아니라 두 장의 벽돌마저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그들은 한 공간에서 조화로움을 창출하고 있었다.  

자칫 단점으로 비칠 수 있는 것들도 각도를 달리해서 바라본다면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될 수 있다는 걸

도시의 실례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개성을 살려서 만들어진 도시가 어떤 변신을 이룩했는지를 본다면,

지금 살아가고 있는 도시 공간도 좀 더 애정을 담아 바라본다면 분명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디자인의 파워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도시를 디자인을 하는 것은 오로지 건축가의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뜻과 힘을 보태어 만들어가는 도시가 되었을 때

비로소 그 도시는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가지며 도시로써 살아있게 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