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골목길에는 한옥 레스토랑이 있다. 이름은 레서피.

처음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체를 궁금해하며 창문으로 탐색만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한 명, 두 명 문을 열고 레서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골도 생기고, 제법 이곳을 찾는 발길도 늘어났단다.

그리고 레서피는 지금 방학중이다.

'효자동 레시피'는 방학에 들어가기 전 5년동안 '레서피'에서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와 레시피를 실은 책이다.

적당한 장소를 찾기위해 발품을 팔고, 공사를 하는 과정도 그리고 있다.

이전의 한옥집 사진도 실려있는데, 지금의 레스토랑과 같은 공간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레서피를 꾸려나가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고 따스한 어조로 들려준다.

그녀만의 레시피도 알려준다.

샌드위치, 샐러드, 파스타 같이 무리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요리법들이 많아서 좋다.

물론 달콤하고 상큼한 디저트와 음료 레시피도 빼놓지 않았다.

요리법을 찬찬히 살피니 만들어 보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만들어보지 않은 자의 착각이자 경솔함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요리법만으로 겁을 확 줄 정도로 어려워보이지 않으니까 절반은 정답이지 않을까 믿고있다.

찾아주던 손님들이 레서피에서 먹던 음식을 그리워할까봐 몇 가지 레시피를 공개하고 시연까지 했다고 한다. 

따뜻한 어조와 에피소드에서 눈치챘지만 친절하고 좋은 분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것 같다.  

방학이 끝나면 꼭 한번 들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어서인지 이 책에 실린 요리가 참 맛있어 보인다.

마음을 녹여줄 것 같다고 해야할까.

좋아하는 만화가 있다. '심야식당'이다.

밤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연다. 벽에 있는 메뉴는 몇가지 없다.

돈지루 정식, 맥주, 정종, 소주 정도다.

하지만 이 식당의 주인장은 손님이 먹고 싶어하는 걸 가능하다면 만든다는 영업방침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식당의 메뉴는 무한가지로 늘어난다.

게다가 그 메뉴 하나하나에는 그 음식을 찾는 사람들의 추억과 사연이라는 조미료의 힘으로

평범했지만 더이상 평범하지만은 않은 음식이 되어버린다.

밤에 문을 열지도 않고, 메뉴도 정해져 있겠지만 어쩐지 '레서피'라는 곳은

'심야식당'이라는 만화를 읽으며 느꼈던 온기와 비슷한 온도를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편하게 먹고,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럴거라고 철썩같이 믿게 되었다.

레서피가 개학을 하고,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치다 들렸을 때

이 책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를 그곳에서 발견한다면 참 좋을텐데.

그래서 가끔 '오늘은 레서피가 가고 싶은 날이군'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멋질텐데 말이다.

위로를 받고 싶을 때, 기쁠 때, 별 일 없을 때도 그저 발길이 향하는 식당이 한군데쯤 있었으면...

'심야식당'의 손님들이 그런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