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는 기존 한국 장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오프닝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백윤식' 씨와 똑같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봉태규'의 목소리를 내는 모기, 파리 캐릭터들이 영화 오프닝을 장식하면서 영화는 그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어떤 내용이 앞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미모의 한 여인이 등장하면서 자지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지고,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존의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캐릭터들과 그들을 연기하는 막강 배역진에 힘입어 영화는 색다른 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개성있는 캐릭터에 비해 단조로운 시나리오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나름대로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축으로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 구조라기 보다는 몇몇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바탕으로 나열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만회하는 것이 영화 곳곳에서 보여지는 '패러디'다. 이 영화는 지난 2002년, 본격적으로 패러디라는 장르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던 장규성 감독의 [재밌는 영화]에 비해 결코 못하지 않는 패러디 능력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패러디'라는 것은 관객들이 그 장면이나 상황을 알고 봐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영화들의 패러디는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듯 그런 각각의 상황들을 연기한 '백윤식' 씨와 '봉태규' 씨의 기존과는 또 다른 영화 속 이미지와 절묘하게 부합되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이렇다 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없다는 게 이 영화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봉태규' '백윤식' '이혜영'이란 3명의 주연 배우들에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성 강한 조연들이 상대적으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주연들의 연기도 나쁘지는 않지만, 최근 우리나라 영화계의 경향을 보면 주연 못지 않은 조연들이 있어야 영화가 보다 살아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주연들이 영화를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면 또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대표적으로 [열혈남아]의 설경구 씨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열혈남아]에 있어서 자신의 맡은 바 이상으로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해내며 다시 한번 자신의 껍질을 벗어버렸다. 하지만, 이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각각의 주연 배우들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이미지로 영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영화 전체에 있어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기에는 역부족인 캐릭터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하나로 뭉쳐 아기자기한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주연배우들은 어느 정도 그런 모습들이 엿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조연들의 역할이 영화 속에 있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배우들의 탓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무방할 듯 싶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이들 개성 강한 조연들보다는 개성 강한 주연들의 다양한 매력을 뽑아내는 데 주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만큼의 역량있는 배우들이기는 하지만 다소 식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재기발랄한 매력이 살아숨쉬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새로운 시도나 관객들에게 보다 즐거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보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큰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