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영화가 호러 영화라고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감독이 '이안 소프틀리'... 그리고 각본에 '에렌 크레거'... 이 두사람의 조합이라면 제대로 된 공포 영화... 그러니까 우리가 흔하게 보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장면들은 없으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2세 관람가라는 영화의 등급에서도 이 영화가 정통 공포 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가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영화는 '후두'라는 미국의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후두'는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캐롤라인' (케이트 허드슨)은 쉴새없이 외친다. 나는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믿지 않는다는 그 말의 다른 의미는 강한 부정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믿지 않는다는 그 말은 곧 믿는다는 말이기도 하기에... 영화는 그다지 강렬하면서도 자극적인 영상을 선보이지 않는다. 그리러면서 '케이트 허드슨'의 매력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기존의 그녀의 영화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이 영화를 통해 그녀는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영화는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다. 나름대로 공포영화라고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공포스럽지 않은 공포영화다. 마치 우리나라의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잘 만들어져 있지만 공포 영화라는 장르의 개성상 이 영화는 전혀 공포 영화같지 않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메인 카피로 이런 말이 써있다. '공포를 느끼는 순간... 악령의 저주는 시작된다.' 이 한 마디로 영화는 모든 게 다 설명이 된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란 말보다 '사실을 믿게 된 순간'이란 말이 어쩌면 더 정확할 듯 보이지만, 그러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아무튼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들과 주인공인 '캐롤라인'에게 하나의 사실을 믿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바로 '후두'라는 민간 신앙에 대해... 영화의 중간, '캐롤라인'은 친구에게 한가지 사실을 듣는다. '후두'는 그 존재를 믿는 자에게만 영향을 발휘한다고... 지금의 우리에게는 우스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속 '캐롤라인'도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후두'에 관련된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고, 그 물건들을 보게 되자 그는 점차 그 사실을 믿게 된다. 영화는 교묘하게 심리적 트릭을 사용해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마치 유령이 존재하는 듯 보이게 만들면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물론 유령은 존재한다. 하지만 유령은 자신의 존재를 좀체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그들의 음모는 드러난다. 그러나 그 반전의 여파는 그다지 크지 않다. 영화는 관객들의 심리적 변화에 따른 움직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이야기에만 열중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혀 무섭지 않은 색다른 공포 영화가 되어버린 듯싶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를 [디 아더스] [식스 센스]와 같은 영화들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물론 이 영화가 못 만들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영화는 이 영화들과 또 다르게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반전 영화들은 그 반전의 여파가 크면 클수록 그 영화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는데... 이 영화에 있어서는 그다지 깊은 인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허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도대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의 제목인 '스켈리톤 키'는 금단의 문을 여는 열쇠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즉, 그것은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집안의 모든 문을 여는 마스터 키이기도 하면서, 어떤 존재에 대한 믿음을 뜻하기도 하다.

 

이 영화 속에서 '캐롤라인'은 마스터 키를 가지고 다락방 속 숨겨진 방에 들어가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차 그 사실을 믿게 된다. 감추면 감출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것처럼 인간의 호기심은 결국 또 다른 반전을 만들어낸다. 이제 모든 궁금증은 풀렸다. 하지만 그 풀린 궁금증만큼이나 내 마음 한편에는 기묘한 허무감이 남아 있다.

 

영화는 밋밋한 구성과 '케이트 허드슨'이란 배우의 매력에 지나치게 기대어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많이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세련된 영상과 탄탄한 시나리오는 이 영화에 색다른 매력을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