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피터팬과 그의 친구들. 어릴적에 누구나 한번은 피펀이 되어 어른이 없는 아이들만 사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했던 네버랜드는 당연히 슬픔이나 두려움, 외로움 등이 없는 평화로운 곳이다. 만약, 정말로 어른들이 어느 순간 전부 사라져버린 세상이 온다면 과연 어떨까. 우리가 상상했던 네버랜드일까.

페이즈는 어른들이 사라진 어느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세계를 한 편의 SF 영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의 방사능 낙진 구역(Fallout Alley Youth Zone)의 약자를 따서 불리게 된 이곳에는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일어난다. 하늘을 나는 방울뱀, 독수리의 발톱을 갖고 있는 바다 갈매기, 인간의 말을 하는 코요태 그리고 영화 엑스맨의 주인공들처럼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아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퍼디도 비치 마을의 교실의 샘. 수업시간이 마냥 지루하다. 그러나 그 순간 눈깜짝할 사이 눈앞의 선생님이 '팟'하고 사라진다. 말그대로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교실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학교는 점점 혼란에 휩사인다. 불안해진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연락해보지만 핸드폰은 전부 먹통이다. 샘를 비롯한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어른들을 포함한 15살 이상인 사람들은 모두 마을에서 사라진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벽이 마을의 특정 구역을 둘러싸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을에 일어난 이상 현상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목격하게 된다. 또한, 샘을 포함한 몇몇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된다. 이제는 페이즈로 불리게된 퍼디도 비치 마을에서 15살 생일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샘과 그의 친구들은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가. 

소설 페이즈를 처음 접했을때의 느낌은 대부분 같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위대한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휴 잭맨 주연의 영화 <엑스맨>을 동시에 보는 듯한 기분 말이다. 어쩌면 작가는 이 두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페이즈라는 새로운 SF 소설을 쓰게 된건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의 첫 장면만을 보고선 과연 이 소설이 어떻게 전개가 되어 결말에 이르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왜냐. 아무런 이유없이 예고도 없이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말그대로 '팟'하고 사라져 버리기 때문다. 소설을 읽는 나조차도 '엇! 머지?'하고 읽었던 페이지를 되돌아 가 다시 한번 보기도 했다. 어떻게 된건지 하고 말이다. 600페이지 가까운 다소 두꺼운 소설 책이지만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블록버스터 SF 영화처럼 빠른 전개와 임팩트한 클라이막스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샘을 비롯한 주인공들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처럼 소설의 매력을 눈치 챈것일까.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미국 TV 드라마로도 제작된고 하니 페이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듯하다. <페이즈 1 : 사라진 사람들>을 시작으로 총 6편의 시리즈의 출간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TV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페이즈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