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는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 홀로 북스테이 컨셉을 잡은 연휴의 시작을 현대문학의 <그 개와 같은 말>과 함께 했다. 단편소설을 시작으로 가볍게 워밍업을 해볼까 했던 나의 생각은 오판이었다. 제목만큼 강렬하고 인상 깊은 단편들의 향연 속에서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단숨에 읽었지만 리뷰는 한 번에 쓸 수 없었다. 책상 위에 놓아둔 채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다시 읽어봤지만 여전히 <그 개와 같은 말> 속에 담긴 10편의 단편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개와 같은 말>은 '2017 제8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임현의 소설집으로 10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다. 단편소설은 결말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끝을 내든 짧은 시간 집중해서 읽으며 깊이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아하는 장르이다. <그 개와 같은 말> 역시 몇 마디의 단어로 결정지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 덕분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10편의 단편들 중 꽤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 있는 반면에 몇 번을 읽어도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난해한 이야기도 있었다. 소설의 한 장면이 마치 하룻밤의 악몽과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현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잘 꼬아 만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임현이라는 작가가 궁금해져 검색을 했다. 나는 당연히 여자 작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개와 같은 말>을 쓴 임현 작가는 남자였다.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나는 왜, 어느 부분에서 여자 작가가 쓴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했을까.

책은 폭력적이지 않지만 누군가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 것처럼 욱신거렸고 슬프고 우울한 화자들이지만 마치 남의 일인 양 무덤덤히 자분자분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편소설이라는 틀에 갇힌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잿빛이 가득한 이야기지만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를 읽어 내려가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단숨에 읽었지만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매력이 있으며 그래서 자꾸만 집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작가 임현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장편소설은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