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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은 정의란 무엇인가는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써 너무 유명해진 책이다. 공중파TV에서 강의내용도 방영되고 DVD로도 판매 된다. 2010년 5월 초판 1쇄 발행 후 1년 동안 159쇄를 발행했으니 가히 정의의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외관상 두껍고 제목부터 무거운 주제의 책 임에도 많은 이에게 읽혀지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읽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세계 제일의 하버드대학교에서 최고의 명강의 라는 평가가 국내에서 유명세를 타는데 한 몫을 했을 것이지만, 고대 철학사상들과 현대의 정책적인 부분까지 넘나드는 방대한 내용의 스케일과 반박할 수 없는 논리 정연함이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중,고교 시절 도덕 교과서에나 보았던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그리고 현존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적인 부분까지 언급되니 그야말로 저자의 박학다식함, 명쾌한 논리에 감탄을 한다.

이 책을 이끌어 가는 힘은 뭐니 뭐니 해도 질문을 던지고, 고대 사상가들의 철학을 접목시키면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뜨리고, 다양한 입장에서 반박해가는 구성에 있다. 머리를 아프게도 하고, 딱딱하고,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씩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부분도도 있지만 평소에 당연하게 무심히 지나갔던 일들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보게 하는 훈련을 시키며 무엇이 옳은 것일까 궁금해하며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질문이 그렇다.

“가격폭리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다들 자격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얻을 때 분노하며, 인간의 불행을 이용하는 탐욕은 포상이 아닌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법을 만들어 미덕을 심판하려 할 때는 우려를 표한다. 이 딜레마는 정치철학의 중대한 문제 하나를 드러낸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시민의 미덕을 장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법은 미덕에 관한 서로 다른 개념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시민 스스로 최선의 삶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가?”

“우리가 내세우는 주장은 언뜻 보기에는 경제적 풍요를 지지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주장에 찬성하거나 맞서면서, 어떤 미덕이 영광과 포상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좋은 사회가 장려해야 하는 생활방식은 무엇인지에 관해 은근슬쩍 다른 신념을 넘보기 일쑤다. 다시 말해 풍요로움과 자유를 굳건히 지지하면서도 정의에서 심판이라는 한 가닥 끈을 완전히 끊어버리지 못한다. 정의에는 선택뿐 아니라 미덕도 포함된다는 생각은 뿌리가 깊다. 정의를 고민하는 것은 곧 최선의 삶을 고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5공화국 시절 동네 파출소 앞에는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간판을 걸어 놓았었다. 지금도 공공기관에 가끔 목격되는 이 구호를 보면서 진실성이 없는 이런 말뿐인 정의가 아닌, 실질적 의미의 정의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상생활 중 하나의 팩터를 골라 질문해보고, DVD강의도 한 번 시청하며, 어려운 내용이겠지만 철학사상이 담겨있는 고전 하나를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