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으로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조정래 작가가 쓴 “황홀한 글감옥”은 대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쓴 자전 소설이다. 주로 글을 쓰는 것, 역사의식, 그리고 주요 작품들에 대한 질문을 총 84가지로 정리했다.

글 쓰는 작업에 대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그 어떤 글 잘 쓰는 요령은 없음을 상기시켜주고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에 옮길 것을 강조한다.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잡스러운 놀이를 좋아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그것을 좋아한다면 글쓰기를 포기하라는 권고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그의 역사의식이다. 문학은 역사를 포괄한다는 그의 철학에서 볼 수 있듯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본의 식민사관에 대한 냉엄한 비판은 물론 남북분단에 의해 지워진 반쪽자리 역사를 일깨워준다. 군사독재정권에서 소신을 지키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우리민족을 사랑하는 투철한 역사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백산맥”,”아리랑”을 집필하기 까지 그의 취재수첩을 알고서는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장 취재를 위해 지리산, 중국, 하와이를 넘나드는 열정. ‘그러하기에 진실할 수 있었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 나오는 구나’ 라고 감탄을 했다. 성실한 취재, 진정한 역사소설이 탄생하기까지 고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설이라 함은 개연성 있는 허구로 책상 앞에 앉아서 꾸며낸 이야기다’ 라는 1차원적인 나의 몰상식을 바꿔놓았다.

한 문장을 세 번씩 생각하라는 작가의 충고도 가슴 깊이 새겨놓을 대목이다.
“그 완벽을 기하기 위해 저는 기본적으로 한 문장을 세 번씩 생각한 다음에 원고지에 적습니다. 처음 떠오르는 문장은 진행되는 이야기를 풀고 엮는 의례적인 것일 뿐입니다. 그 문장을 그대로 적으면 무개성하고 상투적인 문장의 나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문장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개성과 문학성을 살리기 위해 또 한 번 생각합니다. 그 세 번째 곱씹기에서 만족하면 비로소 원고지에 옮겨 적습니다. 그 세 번째 곱씹기에서 만족하면 비로소 원고지에 옮겨 적습니다. 그 세 번씩의 되작거리기와 곰삭히기는 대장장이가 강한 쇠를 얻기 위해 몇 차례씩 담금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P.254)

사실 ‘조정래 작가’ 그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태백산맥”도 읽어보지 못했다. 영화로 나왔을 때본 기억이 어렴풋이 날 뿐이다. 이 책에서 자신의 작품을 영화로 제작한 것을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고 하니 원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빗나간 것이겠으나, 어느 영화잡지에서 본 평론은 잊혀지지 않는다. “공산주의건 민주주의건 간에 이념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들이 잘 살자고 만든 것인데, 그 이념 때문에 서로 인간을 죽이게 된다면 그 이념은 아무런 이상도 의미도 없는 것이다”라는 것인 데 이 책을 통해 옛 기억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원작 “태백산맥”을 책으로 최소한 한 번은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책을 쓰기 위해 내 관심분야의 자료도 수집해보고, 리모컨을 멀리하며, 그 동안 밀렸던 나의 미션을 완료해야겠다.

매주 한 권의 책을 만나러 갑니다. 
조병기의 유쾌한 행진 www.byung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