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좋은 글을 쓰고 싶을 게다. 그런데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글쓰기를 남들보다는 많이 해봤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도 이를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교정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보니 더더욱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며칠 전 국립국어연구원에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석하게 되었는데 처음 과제가 직장생활에서의 글쓰기라는 주제로 작문을 하는 거였다. 주제도 추상적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쓴 나의 글은 정말 추상에 관념까지 더해져서 내가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훈계만 늘어놓은 공자왈, 맹자왈을 만들고 말았다. 교육과정 중에 생활글쓰기의 시간은 글쓰기에 대한 나의 무책임한 관념에 깨달음을 준 시간이었다. 좋은 글쓰기의 예와 나쁜(?) 글쓰기의 예를 통해 어떤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한 좋은 시간이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시선을 나만의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활용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도움을 동시에 주는 글쓰기란 이런 거였구나라는 개념이 생겼다.

 

내가 만약 그런 시간이 없이 이 책을 만났다면 이렇게 깊이 있게 책을 만나지 못했을 거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교육에 대한 연장처럼 쏙쏙 머릿속에 들어왔다. 책을 많이 읽어서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지식이라는 구슬을 한 궤로 역지 못하면 그냥 굴러다니는 하나의 구슬에 지나지 않음을.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한 궤로 역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일. 그 길잡이로서 이 책은 좋은 역할을 맡아주었다.

 

읽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열심히 쓰기. 그러나 실천은 참으로 험하고 어려운 길. 습득이 바로 실천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힘이 드누나.

 

제1부 기초를 다지는 글로 글쓰기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 소개된다. 능동적인 독서, 이해하는 독서, 선택적 독서를 통해 직접 쓰고, 고치고, 또 쓰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글쓰기가 시작된다.

 

1부는 모두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학과 스토리텔링, 단평쓰기, 추상적 개념 설명하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기로 나뉜다. 1부는 주로 생활글이나 문학적 글쓰기로 상황과 글쓰기의 주재에 맞는 소재찾기와 글 전개하기 등을 구체적 글쓰기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에서의 회상하기에 맞는 글쓰기가 있는가 하면 단평쓰기에서는 글쓴이의 경험을 섣불리 내세우면 안 되는 점. 독자가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객관적 시각으로 대상의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 그렇다고 전문가가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독자가 낯선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항을 중심으로 소개해야 한는 점 등. 우리가 글쓰기를 통해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와 주제의 경계에 대해 잘 소개되고 있다. 글을 쓰다보면 쉽게 오류에 빠지는 추상적 개념 설명하기에서 ‘가난이란?’ 이라는 작품읽기가 나오는데 추상적이고 관념적 언어인 ‘가난’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글쓰기는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할 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추상적 개념에 대한 글쓰기는 논리적 타당성과 효율적인 소재를 택할지, 버릴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추상적 주제에 대한 개념을 모르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것. 단순히 자신의 기억과 경험과 관찰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점. 얄팍한 지식은 편협한 글을 낳기 때문이다.

 

제2부에서는 ‘논쟁의 장’으로 생활글이나 문학적 글을 넘어 논쟁을 요하는 글로 한 차원 확장된 개념의 글쓰기에 대해 소개된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원인을 조사하는 글쓰기, 평론과 평가를 요하는 글, 비평하는 글쓰기, 논문쓰기, 작문시험에 대한 전략적 글쓰기다. 글쓰기에 있어 구제척인 주제 정하기, 글에 설득력 갖추기 등 그 범위가 확장되어 있다.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이 책이 제시한 사안들을 따라서 써보고 이 책에 실린 좋은 작품들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