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책’에서 출간되는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할 교양”(일명 ‘세더잘’) 시리즈는 우리가 살면서 논쟁되고 있는 이슈를 뭍 위로 올려 공론화한 책이다. 찬성과 반대의견을 함께 올림으로 우리의 찬성 또는 반대에 어떤 문제가 내포되어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안락사’이다.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도 안락사 찬성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유래에는 동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자신의 의사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해야하는가에 대한 회의나, 더 이상 생명연장의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개인의 권리라고 평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락사 찬성을 좀 더 확대한 해석은 위험하기까지 했다.

 

안락사가 단순히 자신의 죽음을 자신이 선택하는 문제에서 머물지 않고 그 역사적 유래를 나치 치하의 독일군이 순혈주의을 주장하며 유대인을 죽이고 장애아들을 격리했던 사건이었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물론, 세계 몇몇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안락사 허용은 제도적으로 그 범위와 경계가 충분히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볼 때 지나친 비약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안락사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미끄러운 비탈길’이론은 안락사 허용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이 전제되어야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미끄러운 비탈길’ 이론은 한번 허용된 개념이 무차별적으로 남용되면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는 이론이다. 한번 깨진 규칙이 남용될 경우 소극적 개입에서 적극적 개입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안락사 또한 적극적으로 전개될 경우 그 파장이 커진다는 논리였다.

 

기본적으로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더불어 평화롭게 선택된 죽음을 맞이할 시간을 주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택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스콧 니어링과 그이 아내 헬렌 니어링이 떠오른다. 소박한 삶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사회주의자이며 근본주의자라고 말했던 그들의 삶에 죽음도 선택의 문제였음을...

 

세상엔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들이 존재한다. 이슈북인 이 책 또한 논쟁의 대상인 안락사를 이야기하며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논쟁이 추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사례나 역사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더 보강되고 논리가 일목요연하게 진행되었으면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