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초콜릿 등의 상품에 대해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착취를 이야기하면서 그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 노동력 착취 때문에 그런 상품들을 거부해야한다면, 그 거부로 인해 그동안 적게나마 돈을 벌던 그런 가엾은 사람들이 모두 죽어 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말이다. 오히려 그런 반발심으로 생기는 많은 노력(!?)들을, 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공정무역’같은 운동들을 통해서 말이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
공정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한다는 목적 아래 펼쳐지고 있는 운동이다.
특히, ‘아름다운커피’는 커피가 현지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해 생산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저개발국의 농부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몇 가지 공정무역 원칙 아래 커피를 생산하고 수입하는 곳이다. -P226

 누군가에게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커피’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큰 선물이며, 삶의 큰 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책, 『히말라야의 선물』을 이야기하려 한다. 일곱 시간 가량의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네팔 카트만두. 그곳에서 다시 사륜구동 지프차로 가파른 산길을 곡예 하듯 올라간다. 그리고 이제는 그 차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오직 두 발로만 갈 수 있는 길을 걸어간다. 그러고는, 고요함을 깨트릴까 싶어 한 걸음 내딛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는, ‘아스레와 말레’마을에 도착한다. 그것은 ‘우리가 마시고 있는 이 커피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꾸려진, 히말라야 커피 로드 제작팀의 시작이자, 이 책, 『히말라야의 선물』의 시작이었다. 제작팀과 말레 마을 사람들의 향기 나는 80일간의 동거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말레 마을 사람들과의 만남에는 그 무엇보다도 ‘가난’이 가장 먼저 앞선다.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가족을 생각하며 돈을 벌기위해 그 가족을 떠나야만 하는, 그래서 오히려 아픔을 간직하게만 되는 사람들. 돈을 벌기위해 떠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돈을 벌기위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 노력을 헛되이 만드는 가난이라는 이름의 운명이 그들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무엇보다 먼저 나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그런 모습에 마냥 눈물만 짓고 앉아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보여준 꿈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없이 가슴 아프게만 다가오는 땀과 눈물이, 오히려 한없이 가슴 벅차게 다가올 수 있는 땀과 눈물로 피어나는 것이었다. 그 중심에 슬픔과 절망을 꿈과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커피’가 있었다. 열한 가구가 전부인 말레 마을의 모든 이가 커피 농부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막연한 희망이었기에, 커피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그래서 더더욱 그들 스스로 키워나갈 희망이라는 것이 쉽게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한국의 공정무역 단체 ‘아름다운커피’였고, 그들의 도움으로 말레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다시 피어나게 되었다. 스스로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누군가의 손길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그들에게 ‘꿈과 희망’은 계속되는 것이었다.

 말레 마을 사람들을 통해서, 너무나도 가난해서 삶의 희망도 없는 이들에게 커피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고 꿈이 되었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시작은 아직 미비하지만, 그 시작만으로도 큰 꿈이 된다는 것을 그들은 몸소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커피 나무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기도까지 하면서 그들의 꿈을 간절히 소망하던 절실한 모습에서, 나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뭔가를 그렇게 절실하게 소망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냐고 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계속해서 느끼는 감동에,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져 복잡한 마음으로 이 책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커피라고해서 모든 커피가 같은 것은 아니라고 앞서 말했다. 또한, 같은 커피라고 해서 언제나 같은 맛을 내지도 않는다. 똑같은 생두를 같은 시간에 로스팅해서 추출한 커피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물론 어제와 오늘이라는 시간에 따른 산화 정도의 차이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커피를 마시는 장소의 분위기나 날씨, 커피를 함께하는 상대 또는 자기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어제 맛있던 커피가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어제 맛없던 커피가 맛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달라지는 커피 맛에 『히말라야의 선물』에서 얻은 향기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지금 마시는 커피가 히말라야 말레 마을에서 온 커피는 아닐지라도, 그들이 커피에 대해서 쏟던 정성과 희망, 꿈들을 더해서 한 잔의 커피를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맛의 커피를 만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벌써부터 어디선가 향기가 퍼져 나오는 것 같지 않은가?! 꿈과 희망의 향기가 말이다.

 『히말라야의 선물』에서 전해지는 향기는 오래도록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 어쩌면 이런 나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마저도 그들에게 실례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모르겠다. 『히말라야의 선물』을 만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향기는 오래도록 지속 될 것이니까 말이다. 향기가 오래 지속될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 향기를 직접 만나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기를 소망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 당신! 꼭 이 향기를 만나서, 간직하게 되길…

히말라야의선물, 히말라야커피로드제작진,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