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행복해질 때는
나와 저자와의 공통분모를 많이 발견할 때다.
아무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에 살기 때문에
다양하게 접하고 읽게 되는 그냥 그런 책들 말고,
자신의 인기와 영달만을 위해 펴낸 그런 책들 말고,
읽을 만한 책을 내고 읽기를 청하는 그런 책들을 읽고 싶다.
제목 때문에 읽고 현란한 광고카피 때문에 선택하게 되는 물건이
책 말고도 어디 한둘이었는가 생각해보면 당연지사 아닌가.
그러나 책을 선택하기 전 항상 되내어보는 이같은 우려를 깨준,
오랜만에 잘 쓴 서문 탓에 본문 읽기 전부터 기분 좋았고
소신있는 구성과 의견 때문에 또한 기분 좋았던 건강서적을 만났다.
저자가 듣고 싶다는 표현을 빌려 보자면
의학을 품은 '교양서적'을 만난거 같기도 하다.
갑자기 나로써도 너무 과찬인가도 싶어지는데
스스로 그 이유를 몇가지 되집어보자면
독자의 비위나 취향을 건드릴 만한 일부 소재들도
굳이 미화하거나 얼버무리지 않고
의사의 입장에서 과감하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해 나가면서,
기본적으로 건강을 위한 얘기들을 들려 줄 때도
차별성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라 그러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한권의 책에 가능한 많은 얘기를 담으려고 한 듯한 점이
독자가 책에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얻고싶어하는 점을 잘 짚어낸 거 같아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만 있다면 가장 독자와 저자를
소통하게 만들어 줄 부분이라 본다.
평소 나도 운동을 열심히 해왔지만 더불어
점차 걷기만 최고운동으로 생각하시려는 부모님에게도
약간은 주변사람들이 하는 운동과는
다른 걸 권하고 사는 편이다.
물론 나부터도 안정된 습관과 실천은 아직 멀었다고 느끼지만.
이런 생각 때문에라도 평소 중요하게 생각했던게
남녀불문 '각력' 즉 다리의 역할이었는데 책에서 색다르게 만났다.
뭐, 등산도 걷기도 다 다리운동이 되고
헬스클럽이 지천으로 많아진 요즘 운동한다는 말도
특별히 대단한 자랑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러닝머신을 뛰며 유산소 운동과 다리운동을
같이하고 있다고 자위하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따로 하체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주지 않으면
나이를 자연스레 먹어가며 다리 근육의 소실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리근력을 강조하는
의사나 조언들을 많이 보기 힘들었는데
이 책에선 다리근육이나 유산소 운동이란 표현도 아닌
튼튼한 '허벅지'란 단도직입적인 단어로
건강전반에 미치는 다리근력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허벅지...
남자는 갑바나 팔, 여자는 각선미를 중시한 몸매 정도가
건강관리 겸 운동을 위해 집중하는 대표적 부위인데
글리코겐의 저장소로써도 다리근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의사가 촘촘히 집어봐준 것에 대해서도 왠지 고마움이 있었다.
일반인이 아닌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의 한마디는
지인들끼리 그냥 아는 척하며 건내는
어떤 한마디보다 훨씬 공신력을 띄는데
이러한 내용을 이렇게 책에서 읽었다고
주변과 가족들에게 말해 준다면
사뭇 더 효과적인 지식과 대화도 되겠다 싶었다.
수명이 길어지며 오는 피치못한 안락사의 고려,
소명의식으로써가 아닌 직업으로써 의사되기를 갈망하는 많은 젊은이들,
의사도 인간이기에 분명히 생길 수 있을 의료과실의 상황들.
어쩌면 같은 직업군에 속한 저자로써 더 꺼내기 힘들고
정확한 얘기흐름 또한 피하거나 얼버무릴 수도 있었을 주제들도 많았는데
앞서 말했듯 공감되게 글로 잘 풀어낸 점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존 웨인이나 스티브 맥퀸의 죽음까지
이 책 어디쯤에서 읽다보면 만나게 될 것이다.
330여 페이지 정도면 담으려 한 내용의 양에 비해 많았을 지면은 아닌데
요긴한 의학상식들과 다양한 사례들을 잘 담아낸거 같아 마음에 든 책이다.
끝으로, 저자 홍혜걸씨가 짧게 언급한 '악령들이 출몰하는 세상'을
이번 기회에 꼭 다시 한번 읽어 봐야겠다.
의학 뿐 아니라 진짜와 가짜로 혼동스러운 세상 속에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재미있게 읽어 볼 후속타로
딱 알맞은 책을 홍혜결씨가 스치듯 추천한 건 아닐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