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원작이 된 이청준의 소설이
아이디어면에서나 그 완성도에서 너무 좋았기에
영화가 좋게 나올 수 있었단 생각도 든다.
예전에 읽었던 슬픈기억의 그 소설이
이렇게 영화로 탄생했고 원작 못지 않게 제대로 슬프다.
더 정확한 표현이라면 슬픈게 아니라 '아프다'.
현빈의 팬들이 이 영화에서 비참한 모습으로 열연한 
자신의 스타 현빈을 보고 원망 비스무레 한 것을 했다는
코멘터리 속 얘기가 결코 빈말은 아닐 정도로
현빈의 배역과 연기는 어떤 작품보다 좋았다.
영화판 속설대로 멋있는 모습으로 각인된 배우의
누추한 모습의 180도 변신은
영화흥행엔 독이 될 때가 많았던거 같다.
'야수'에서 거지왕자처럼 나왔던 '권상우'가 그랬고
이 영화에 출연한 '현빈'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 듯 하다.
흥행저조...솔직히 제대로 개봉은 했었는지 조차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만큼은 누가 뭐래도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이다.
원작과는 약간 다른, 아주 약간 다른
인물구조에 결말을 창작해 냈지만
간만에 매우 찡한 영화였다고 평가한다.
원작이나 영화, 그냥 미친 한 사람과
그가 미치게 된 이유를 관찰자 시점에서
덤덤히 써 내려간 작품들일 뿐인데
그리 강력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무얼까도 더듬어 본다.
소설 주인공의 고통을 영화 속 현빈은
자신이 좀더 해석을 가미해 낸 인물로 잘 묘사해 냈다.
가장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족들은 오히려
그가 미쳤어야 도피할 수 있을 정도의
크나큰 고통을 준 근원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미쳐서야 그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던 주인공에게
병원은 정신차리고 다시 원상태로 가도록 매우 독촉한다.
'당신은 지금 비정상이다,
우선 그걸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다음 다시 현실로 돌아가라 제정신이란 이름으로...'
일반인의 상식으로 봤을 땐
당연히 미친 건 병이니 고쳐야 할 무엇이다.
그렇지만, 작품 속 현빈의 정신이상은
과연 고쳐 주어야 할 병이라 봐야 하는게 맞을까?
그렇게 현실을 인지시켜 다시
사회구성원으로 보내는게 맞는 것인지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아마도 주인공에게
도리어 정상인 사람들이 치료란 병목으로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질 만한 스토리를 느끼게 될 듯 하다.
영화 속엔 2명이 현실이 주는 고통으로 힘들어 한다.
환자인 현빈, 관찰자이자 간호사인 이보영.
둘의 아픔이 아직까지도 짠한 건
원작 탓에 그들의 연기 탓까지 있겠다.
DVD의 코멘터리가 매우 들을만 했다.
그냥 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수준이 아니라
본편을 보고 다시 코멘터리를 듣게 된다면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좋은 도우미다.
이런 영화는 더 흥행에 성공했어야 했었는데 그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