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속엔 결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개미이고 개미사회의 얘기일 뿐이다.
근데, 읽으면서 사람이 사는 사회가
역으로 한번 떠올려지지 않는다면 그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 보는게 맞을 책같다.
실제, 동물이나 곤충들의 사회성을 연구하고
인간사회와 연결시켜 연구해 본 학문분야를
'사회생물학'정도로 표현할 수 있고
이는 책에서도 잠깐 언급된다.
그 예로 여기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은 '개미'인데,
어릴 때 부터 다양하게 접해 본 개미들의 얘기들 중
이 책만큼 깊이 생각해 볼 꺼리를
던져줬던 책은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놀라우리만치 얇은 이 책은
이 책보다 훨씬 두꺼운 책들도 담아내지 못할
간결하게 설명된 사회구조의 매커니즘과
가족이나 사회 안에서 조직원으로 일컫게 될
개개인의 모습들을 개미를 통해
배우고 느껴 볼 수 있도록 서술해 놓고 있다.
몇가지 순간적으로 기억나는 부분들을 옮겨 보겠다.
늙은 개미들은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그들은 인간적 상식과 다르게 더 힘든 일에 배치되고
위험에 노출되어 결국 젊은 개미들의 안전에 이바지하고
결과적으론 계속 되어야 할 개미사회의 안녕에 기여한다.
인간의 관점에선 노인 공경이란 미덕이라곤 조금도 안 보이는
매서운 환경이지만 저자는 학자적인 짐작으로써 이런 진화적 결과는
본능적인 종족 안녕에 기인한 행동으로 풀이하고
개미 입장에서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지탄받을 일만은 결코 아니라고 평가한다.
또한, 같은 개미집 속의 개미 중
20%만이 일하고 80% 정도는 논다는 설은
놀던 개미들이 모두 놀기만 하다 인생을 끝내는지
전수 조사까진 한 결과랄 순 없겠지만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밝히고 있고
이 사실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던 사실은
노는 개미나 일하는 개미 모두
자신의 반대적인 상황에 있는 그 상대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보면서는 인간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운명'이란게
개미세상에도 있다는 표현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내가 이 책 속 내용 중 몇개 예를 들어 적으면서
개미사회 속 얘기들을 인간사회와
내 소감을 섞어 얘기해 보았지만 책에서는
순수하게 개미사회의 얘기들만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 책이 주는 다양한 느낌들은
각자에게 더 클 수 밖에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
그 각각의 집합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희생이란게 존재한다고 본다.
거창한 것만 '희생'이라 부를 순 없다.
가족들을 위해 아침 출근하는 아버지,
새벽밥을 차려주는 어머니,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어린 학생들,
일부 희생을 감수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국가 고위층,
이런 모든 것들이 개미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희생'이란 단어로 떠올려 볼 수 있을
인간들의 세상사의 '희생' 중 한 단면이라 느껴졌다.
읽고 난 후 주위에 권하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