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이다.
아버지, 어머니, 본인까지.
내가 상상했던 암환자로써의 모습은
기 코르노의 투병일지에서보다 야나가
점점 죽음에 임박해가던 과정에서 묻어있었던
그 안타까움이나 현실성에서 더 느껴졌던 거 같다.
4기의 암환자였던 주인공 기 코르노는 살아났고
동병상련의 친구 야나는 가버리는 과정이
극적인 장면과 몽환적인 느낌이 교차됐다는 기분도 들었다.
죽음을 선고받았을 당시만 잠시 휘청한 기 코르노는
이내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점점 기력을 회복했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정신적 사유들은
자신의 분야인 정신심리학적 측면에서 성찰해 적었다.
태극권과 기호흡까지 등장하는 그의 투병일지는
외국인들에겐 특별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쉽게 못보던 부분들이란 생각도 들었었으나
한국에선 종종 보던 현대의학을 선택치 않고
민간의학이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연이나 여타의 방법 등에서 따로 살길을 모색해
찾고 살아냈다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이 연상되어
한국독자로써는 도리어 프랑스인이 쓴 이 경험이
생경하지만은 않고 담담하게도 읽었던 부분이 많았다.
고인이 된 SK그룹 선대회장이 당시 페암진단 후
더욱 기수련에 매달리다 결국 유명을 달리했었던
일도 떠올라 기 코르노의 선택이나 완치판정에서 떠올라
기 코르노의 완치는 축하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과 동시에
그는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었단 생각도 들었다.
비슷한 선택을 한 다른 시공간의 두 사람 중
한사람은 죽고 한사람은 다시 기회를 얻었으니까.
기 코르노는 정신분석학계에서
프로이드가 아닌 융의 계열에 가까운 사람이다. 
융은 동양의 주역을 공부하기도 하고
프로이드와 다른 범주의 정신분야를 개척하고 도전하며
다소 야인에 가까운 업적도 이루다 간 사람이다.
그런 융에 관계된 학문 방향을 따르는 기 코르노이기에
그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일어난 결과들은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죽음을 앞둬 많은 심경의 변화는 있었겠으나
지극히 그다운 모습을 보여준것으로 보여진다.
냉철함과 함께 보통의 상식이 막은 장벽 하나를
넘어가며 자신의 식대로 결합한 결정들.
프랑스를 가본적이 없지만
평소 프랑스만의 느낌이라 생각했던
미묘한 프랑스 특유의 느낌을 많이 받으며 읽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나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등에서.
과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어느 학자가
신의 영접에 대해 논하는 듯한 내용에 호기심이 있었다면
이 책이 암이란 무서운 병을 이겨낸 사람의 투병기 성격이란 걸 떠나
그런 호기심 덕에 더 흥미있게 읽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