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뒷간||^은 일제시대 때는 변소(便所)로 변형되고 현대에 와서는 서양식에 영향받아 화장실로 왜곡되었다. 15여년 전부터 아파트 붐이 일면서 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되었지만, 그 전에는 대부분 변소라는 수거식(일명 푸세식)화장실의 우리의 일반적인 뒷간 형태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뒷간이라고 하면 수거식의 변소를 떠올리게 된다. 서민 가정에 가장 널리 보급된 것은 수거식 뒷간이지만, 그 외에도 아궁이의 재를 이용한 잿간, 절간의 짜투리 공간인 언덕을 이용한 해우소, 양반네들의 누각형 잿간, 똥돼지의 먹이 공급원으로 쓴 통시형 뒷간, 그리고 바닷가 밀물을 이용한 측간 등이 있다. 이런 우리의 전통 뒷간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똥을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할 유익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생태적 뒷간이라는 사실이다. 그 중에는 통시형처럼 가축의 먹이로 재활용하는 일부 사례도 있지만 농사에 거름으로 쓸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거름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선 똥을 충분히 숙성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관건이었다.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유해 가스가 발생하고 해로운 벌레들이 들끓어 자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전통 뒷간들은 한결같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위치했고, 숙성시키기 위한 매질이나 방식을 중요시했다. 뒷간들이 여러 가지로 나뉘는 것도 다 숙성시키는 방식에 따른 것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뒷간을 조사하기 위해 일년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뒷간들이 주로 지역의 특성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기 때문이었다. 전국 각지와 박물관 그리고 화장실 개량 업체까지 찾아다니며 취재한 끝에 탄생한 이 책은 저자의 열정과 헌신이 담긴 국내 최초의 뒷간 보고서이다.

이 책의 클라이막스는 뭐니뭐니해도 생태적 뒷간의 사례와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 점이다. ||^뒷간||^을 아름답고 또 다른 휴식의 공간으로 꾸미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1년동안 전국을 돌며 뒷간 조사에 착수면서 만난 많은 귀농자들이 만든 뒷간이 한결같이 그렇게 예쁠수가 없었고 그 안에서 볼일을 보는 시간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던 점이 너무나 신선했다. 그 중에도 전북 무주로 귀농한 김광하 씨라는 분의 말씀이 꽤 인상적이다. "똥을 치는 일도 밥 먹는 일과 똑같이 중요한 일입니다. 밥은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면서 똥 치는 일은 꺼려한다면 이 또한 매우 이기적인 태도에 다름아닙니다. 내가 대변통을 아주 작게 만든 까닭이 거기에 있습니다. 작게 만들어서 자주 치려는 것이죠. 저 정도의 통이면 일주일 쓸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틀에 한 번 치려고 합니다" 귀농자들이 만든 뒷간은 조상들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생활 문화의 대안이다. 단지 뒷간 자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21세기 인류의 문화가 지향해야 할 생태적 삶의 구체적인 대안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생태적 뒷간에 대한 파악만이 아니라 뒷간을 쉽고 값싸게 만드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해놓았다. [인터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