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그녀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뮤지션이란 이름이 아닌 작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나의 학창시절은 누구나 그랬듯이 밝은 면도 있었던 반면 어두운 면도 공존했었다. 그런 나의 마음에 살며시 들어 온 노래는 바로 ’블루 스카이’. 행복할 때 들으면 즐거웠고 아픔이 있을 때 들으면 한없이 서글퍼졌던 노래라고 할까, 적막함과 들뜬 마음의 중간 지점을 달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푸른 언덕에 발을 딛고 서서 풍선을 날리는 듯한... 꽉 차있음과 동시에 여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곡. 그런 느낌이 또다시 나로 하여금 찾아 들게끔 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녀가 걸었던 길을 비춰 주던 따사롭지만 강한 햇빛의 모습이 담은 듯한 노란 표지와 다른 책들과는 다른 까끌한 표면과 그 위에 상처를 내 놓은 듯 한 흠집들이 그녀의 여정과 고통 그리고 이로 인한 성숙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책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아 갑자기 등장하는 종교적 언급. 이로 인해 인상이 잠시나마 찌푸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 들수록 나의 찌푸려진 얼굴은 점점 평온한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사실 나는 기독교 신자였었다. 허나 점점 좋지 못한 교인들의 모습들이 나로 인하여 그들과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물론 아니 그러한 사람이 더욱 많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내 곁에 있는 교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나를 좌절에 몰고 간, 우리 집안의 평화를 깨뜨리게 한 자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하나님을 불신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녀가 끝내 밝혔듯이 어떤 종교인가를 떠나 ’믿는 마음’은 똑같지 않은가.

피레네 산맥에서 길을 잃은 후, 나는 지름길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나는 비로소 길이란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산티아고에 가기 전 겪었던 심적, 외적 고통들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뚜렷하게 전해져 왔지만 이와 함께 차츰차츰 자라나는 그녀의 성숙함은 더불어 내 맘에 자리잡은 성숙의 씨앗이란 존재에 과하지도 족하지도 않은 비를 내려 주었다. 그녀의 진솔된 마음 속 이야기와 함께 실린 몇 첩의 사진들. 비록 사진에 대해 무지한 내가 봐도 초점이 흐린 몇 장의 사진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것들로 인해 나에게 그녀의 글은 더욱더 정답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여행담과 함께 번뇌, 변화, 아픔, 사랑, 비움, 인내, 여유 등 여러 생각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박기영 이란 사람을 조금이나마 알아 갈 수 있다는 것, 그와 함께 자기 자신을 알아 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길이란 자신을 밟고 지나가는 자에게만 삶의 의미를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기영 이라는 뮤지션을 그리고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녀의 두번째 여행이 언제될지, 책으로 나올런지는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를 또 만나기 위해, 알아가기 위해 서슴없이 책을 펼쳐들 것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여백의 미가 숨쉬는 그녀의 글들로 인하여 나의 꽉 차버린, 오갈 데 없는, 시간에 쫓기는 듯한 그림자를 여유라는 이름아래 잠시나마 쉴 수 있게 해주어서 그녀가 참으로 고맙다. 점점 치열한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할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바치련다. 좀 더 여유로워 지라고.. 비워 내라고.. 진정한 나만의 마음 속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라고...

그가 돌아왔다.
괴나리 봇짐지고 여행을 떠났던 그가 돌아왔다.
그를 배웅하다 ’나무’가 되어 땅에 박혀버린 나는
형여나 돌아오는 모습 반기지 못할까
들리지 않는 곳에서부터 웃으며 반기려고
눈도 감지 않은 채 비바람을 맞고 빛과 어둠을 꿰뚫어보다
두 눈이 멀어버렸다.
그는 내게 흙이 되어주러 왔다고 했다.
아, 아, 눈물아 주룩주룩 흘러라.
그가 초점 없이 썩은 내 두 눈 볼 수 없도록
흙이 된 그의 땅이 마르지 않도록
아, 아, 눈물아 멈추지 마라.
너는 감히 멈추지 마라.

박기영의 ’누하淚河’

누군가에겐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여행을 하는 자체가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허나 이들에게도 길은 없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음악테라피 라는 것이 존재하듯 직접 여행을 다녀 온 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기분 좋은 상상을 펼칠 수 있으니 말이다.

 P.S._그녀의 글을 읽고 난 후 느낀 거지만 찬찬히, 그들의 걸음처럼 천천히 마음을 비워내고 읽어야 겠다는 다짐(?)과는 다르게 그녀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그리고 그녀의 힘들었을 발걸음을 즐겁게 읽었던 나, 그녀에게 초금 미안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