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전 책을 덮은 지금,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어떻게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쓸 수 있는 건지 놀라웠다.

그의 유명한 다른 저서 <천사의 악마>와 <다빈치 코드>를 읽고
영상물을 봤을 땐 당연히 영화가 그의 글이 가진 매력을 전부 담아내지 못할 거라
짐작했다. 아마 어떤 연출자도 그의 글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비슷하게 흉내만 낼 뿐이지.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너무나 많이 편집된 영상의 완성물에 실망하며
나의 짐작이 들어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댄 브라운’의 작품은 너무나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서
2~3시간의 영상시간으론 그 모든 것을 담아내기 힘들고,
그의 철저한 상황설명을 재연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배우들이 연기하기엔 힘들다.

그렇듯 천사와 악마와 다빈치 코드는 나의 독서욕구를 너무나 만족스럽게 충족해주었다.
그리고 그 두 작품과 달리 종교적 성격과 배제된 <디셉션 포인트>라는 글은
또 다른 매력으로 나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치와 과학이라는 낯설지만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 대해.

내가 댄 브라운의 작품을 읽고 감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그가 가진 너무나 ’방대한 지식과 그 지식의 깊이’이다.
아무리 수 년간 공부를 해 오고 취재를 했다고 해도 어떻게 그 많은
정보를 한 작품속에서 펼칠 수 있는지 그가 지닌 지식이 놀랍기만 하다.
그가 건넨 지식은 절대 수박 겉 핥기 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파고들어가는 성격을 지닌다.
이 작품에서조차 미국의 정치계와 NASA, 그리고 비밀부대와 각기 다른 분야의
과학박사들의 세계가 한대 어우러져 거대한 음모를 만들어냈다.
그 음모는 절대 어설프지 않고 가볍지 않다.

그 다음으로 내가 그의 글을 추켜세우는 이유는 댄 브라운의 ’글재주’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있다고 해도 글재주가 없다면
그 재료를 가지고 완벽한 완성품을 탄생시킬 수 없다.
그는 독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가운데 점점 소설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끔
만드는 데에 너무나 유연하다.
같은 사람으로 조금 억울한 일이지만 그의 글재주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다.
<디셉션 포인트 1>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그런 개성적인 인물
들이 그리는 사건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특히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몇몇 인물들의 유쾌한 말장난은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피식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댄 브라운이 그려내는 숨겨진 유머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꽤 매력적인 재미이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스케일이 큰 스릴러 소설을 쓰는 인기작가라고 해서
그를 색안경을 끼고 의심할 수 없는 건 댄 브라운이 가진 그 두 가지 장점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

빨리 하권을 읽고 싶은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