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소설이든 이야기의 주제가 ’사랑’일 경우 꺼리는 경향이 심했다.
어떤 사랑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누구나 예상가능하고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걸 알아서이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읽는 내내 날 설레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공진솔’과 ’이건’의 갈등을 보면선 나 역시 끙끙 힘든 소리를 내야 했다.
그렇다고 이 글이 엄청 대단하고 특별하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사랑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드라마에서, 혹은 어느 영화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말했듯 이 글은 꼭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그 장면장면이
저절로 그려진다.

그런데도 ’그럼 그렇지. 사랑 얘긴 거기서 거기야!’ 라고 코웃음 칠 수가 없었다.
여심을 뒤흔드는 달콤한 대사와 입술을 깨물고 혼자 좋아서 책 속에 얼굴을 파묻어야 하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하지만 전혀 소녀틱하지도 않고 마냥 이상적인 사랑이야기도 아니다.
이 소설은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무조건 퍼주기식 사랑이었다면 책의 절반을 읽기도 전에 질려버렸을 테지만
흔해 빠진 밀고 당기기가 아닌 솔직하게 아파하고 화내고 슬퍼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난 그들을 위로하고 질책했다.
좀 더 솔직하고 대범하게 서로에게 다가서라고, 조금만 더 서로를 이해해 보라고,
사랑이라고 생각한 이상 다른 건 보지도 말고 서로에게만 집중하라고...
난 마치 그들의 주변인물이 된 것처럼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뭐 진솔의 편에 서서 그녀의 손을 더 들어주었다는 건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리고 내 외침의 힘 때문은 절대 아니겠지만 그들은 내가 원하던 대로 끝을 맺었고,
결국 진솔과 건의 사랑은 ’무사했다’.

구구절절 다른 말들로 이 소설을 포장하고 싶지 않다.
이 소설 속 사랑은 충분히 예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이 소설이 영상화된다면,
난 또 다시 공진솔과 이건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달려올 준비가 되어 있다.